학생들에게 플라톤의 『국가』를 읽히는 교양수업은 거의 매 학기 열린다. 그런 수업에서 조교 일을 고대철학 전공자와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 학생들이 수업 중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하는데, 매 학기마다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국가』는 철학책인데 왜 신화가 나오는가?”라고 한다. 별 거 아닌 질문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비교적 수준이 높은 질문이다. 신탁 받은 무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철학인 줄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양수업의 질문 수준으로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학원생은 자기가 교수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했다. 질문을 답하는 것 자체는 그 대학원생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플라톤 대화편에 나오는 신화의 역할에 관한 연구도 많이 있고 그 대학원생의 석사 논문 주제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학부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그 수업의 조교였다면 어떻게 답했을까. 고대철학을 잘 모르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설명할 것 같다. 어떤 학문이든 완성된 형태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지나면서 정교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철학책인데 왜 신화가 나오는지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반대로 신화가 나오는데 어떤 측면에서 철학책으로 분류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대 철학에서는 고대 철학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 가령 “소크라테스님, 단언컨대, 저의 혼(psyche)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제우스께 맹세코,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할 단계는 아니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고대철학 전공자는 배를 잡고 한참 웃은 후, “그렇게 대답하기는 싫은데”라고 말했다.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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