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박재희 박사가 EBS에서 손자병법 강의할 때 한국인과 중국인이 처음 사업할 때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업 자금이 1억 원 있으면 중국인은 그 돈을 3등분하여 세 번 사업한다고 한다. 처음 사업하면 무조건 망하게 되어 있으니 사업 자금을 몽땅 붓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세 번 다 망하면 어떻게 되는가? 아무리 멍청해도 같은 사업을 세 번 연속 말아먹기는 힘들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은 1억 원으로 사무실 얻고 자동차를 뽑은 다음 1억 원을 대출받아서 결국 2억 원을 날린다고 한다. 사업 자금을 1억 원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약 20년 전에 했던 이야기다.
그러한 유머가 정말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처음 전원주택을 구입할 때도 돈이 좀 있으면 일단 큰 집을 사려고 한다고 들었다. 공사업자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태어나서 전원주택에 살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500평이나 700평대 주택을 사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아저씨는 구매자에게 150평대면 충분하다면서 사는 것을 말리는데, 그 말을 듣지 않고 덥석 집을 산 사람들은 1-2년 만에 그 집을 다시 팔아버린다고 한다.
모든 단독주택들과 마찬가지로, 전원주택을 사면 집수리는 집주인 본인이 해야 한다. 툭 하면 뭐가 고장나는데 그 때마다 사람을 불러야 한다. 건물은 그렇다고 치자. 전원주택은 건물보다 대지가 훨씬 넓은데 이게 감당하기 어렵다.
인간은 풀을 이기기 힘들어서 잔디를 깔아놓는다. 그런데 잔디는 안 자라나? 풀만큼 자라지 않을 뿐 충분히 잘 자란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괜히 주말마다 잔디를 깎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잔디를 깔았다고 풀은 안 자라나? 풀도 잘 자란다. 잔디만 있으면 휑하니까 나무도 심는다. 나무도 잘 자란다. 나무에 따라 다르지만, 관목이 아닌 이상 손 놓고 있으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처럼은 아니더라도 감당하기 어렵게 자랄 수도 있다. 가지치기를 위해 사람을 부를 정도의 가치를 지닌 나무인가? 그것도 아니다. 조경수가 아니라 과실수를 샀다. 그런데 가지가 너무 잘 자란다. 내 손으로 나무를 잘라본다. 허리를 댕강 자른다. 나무는 안 자라는데 너무 보기 싫다. 과일도 잘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잔디가 풀처럼 자라있고 집의 어딘가가 또 고장나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남았다. 500평대나 700평대 전원주택을 살 정도의 사람들은 집 살 때 꼭 200평대 밭도 같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밭에는 잔디도 없다. 풀이 거침없이 막 자란다. 먹으려고 심어놓은 것들이 풀한테 져서 사그라진다. 그 때 후회한다. ‘그 아저씨가 텃밭은 20평만 해도 충분하다고 했었는데...’ 하면서.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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