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2

정치적 올바름 유행에 편승해서 작품을 만든다면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판을 두고 말이 많다. 요새 디즈니가 PC(정치적 올바름) 가지고 어쩐다더라, 애초부터 그냥 못 만들 예정이었는데 관객들이 욕할까봐 디즈니에서 PC로 선수 쳐서 욕하는 관객들을 인종주의자로 만든다더라 어쩐다더라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차피 나는 <인어공주>를 볼 생각도 없고 디즈니 주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디즈니가 PC로 염병을 하든 말든 내가 알 바는 아닌데, 그래도 소수자를 존중하면 존중하는 거지 “우리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하며 몸부림칠 필요까지 있나 싶다. 애초에 <인어공주> 이야기 자체가 왕자가 인어공주와 말 한 마디 못 하고 얼굴만 보고 반해야 하는 건데 과연 <인어공주> 실사판의 여주인공이 그에 적합한가? 심지어 PC 논란이 있는 작품마다 유색 인종이 기존 작품보다 더 못 생기게 나온다는 점에서 이게 PC가 맞는지, 오히려 인종 차별이 투영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제작자라면, PC가 광풍이든 말든 여기에 편승해서 한몫 잡으려고 할 것 같다.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인어공주를 백인 여성에서 흑인 여성으로 바꾼 것처럼 <가루지기>에서 주인공 변강쇠를 한국인 남성에서 흑인 남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HBO 드라마 <가루지기> 어떤가?

한국 고전에서 흑인 남성이 주인공이라니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몇 가지 설정만 추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흑인 용병을 데려왔는데(심지어 이건 역사적 사실이다), 이 용병이 본국으로 안 돌아가고 조선에 정착했고 당시 조선인보다 우월한 신체 조건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농락하고 돌아다녔다고 해보자. 여기서 우월한 신체 조건이란 꼭 인종적인 선입견이 투영된 건 아니고 용병이니까 체격이 건장하고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정도로 해두자. 어쨌든 이건 인어공주의 자매들이 모두 다른 인종인 것보다 훨씬 그럴듯할 뿐 아니라 건전한 설정이다.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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