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6

새끼 고양이의 의리



일요일 아침에 어머니가 나를 깨웠다. 지난 주에 옆 동네 장날에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가 몸이 아파서 장에 안 나왔는데 오늘은 나왔다고 하니 고양이 새끼들을 잡아서 그 아주머니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새끼들은 어머니를 보면 도망가니 내가 잡아야 했다. 화천이가 낳은 여섯 마리 중 다섯 마리를 보내기로 했다. 새끼들이 이미 창고에서 뛰어놀고 있어서 잡을 수 없었고 현관문 앞에서 놀던 두 마리를 잡아서 이동장에 넣고 교회에 갔다. 아침이었는데도 이미 날이 더워서 비교적 서늘한 창고에 이동장을 두었다.

교회에 다녀오니 현관문 앞에 새끼 네 마리가 있었다. 말리려고 널어놓은 마늘 위에서 새끼들이 뛰고 구르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에 한 마리를 잡아서 또 다른 이동장에 넣었다. 이동장에 들어간 새끼 한 마리는 빽빽거리면서 울었다. 한 마리가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자, 남은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도망갔다. 그런데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이동장 안에서 빽빽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동장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이동장 망 사이에 앞발을 넣어봤다가, 같이 울다가, 이동장 위에 올라가서 이리저리 보고 있어서 나는 손쉽게 새끼를 잡았다. 그런데 다른 고양이들은 자기 살겠다고 다 도망가는데 다른 새끼 고양이의 울음을 듣고 그 곁을 안 떠난 의리 있는 새끼 고양이를 고양이 장수에게 보내려니 좀 그랬다. 쉽게 잡은 고양이를 놓아주고 그 대신 의리 없는 두 마리를 잡아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어미 역할을 하는 화천이의 다 자란 새끼가 옆집에서 고기덩어리를 물고 왔다. 도망간 두 마리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그걸 거의 다 먹었다. 내가 다가가면 창고로 냅다 도망갔다가 내가 멀어지면 다시 고기를 뜯어먹는 식이었다. 결국 두 마리를 못 잡았고 세 마리만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에게 넘겼다.

아침에 어머니와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가 통화하는 것을 들으니, 고양이 새끼 여섯 마리를 보내려면 사료비로 3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집에서 그 아주머니한테 새끼 고양이 한 마리당 5천 원씩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돈을 내고 새끼 고양이를 넘기기로 했는데, 고양이 세 마리를 데려가니까 그 아주머니가 2만 원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침에는 여섯 마리에 3만 원이라더니 왜 세 마리를 데려오니까 2만 원을 달라고 하느냐”고 따지고 1만 5천 원만 주고 왔다고 한다.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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