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31

자식 사랑과 효심

화천이가 낳은 새끼가 다섯 마리인 줄 알았는데 여섯 마리였다. 여섯 마리나 낳고는 없어졌다. 자기 발로 집을 나간 건지, 다 자란 새끼들 등쌀을 못 이겨 쫓겨난 건지, 동네 산책하다가 사고로 죽은 건지 모르겠다.

화천이가 이전에 낳은 새끼 중 한 마리는 다 자랐고 두 마리는 거의 다 자랐다. 다 자란 하얀놈과 거의 다 자란 까만놈이 새끼 여섯 마리에게 젖을 먹인다. 둘 다 새끼를 밴 것 같지는 않은데도 그런다.

어느 날은 창고에서 삐약삐약 하고 새끼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났다. 하얀 놈인지 까만 놈인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창고 구석에 있는 상자에 물어다 놓은 것이었다. 나는 새끼 고양이를 원래 있던 현관문 앞에 데려다 놓았다. 얼마 이따가 창고에서 또 삐약 삐약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또 새끼 고양이를 현관문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새끼 고양이를 창고에 데려갔다. 누가 새끼 고양이를 옮기나 보니 하얀 놈도 옮겼고 까만 놈도 옮겼다. 하얀 놈이나 까만 놈이나 자기가 어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규장각에서 강연을 들었을 때 주자학 전공 선생님이 청중들에게 왜 유교에서는 자식을 사랑하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부모한테 효도하라고 강조하는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의 대답은 “자식 사랑은 본능이라서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데 효도는 본능이 아니라서 시시때때로 강조해도 잘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화천이의 다 자란 새끼들이 하는 것을 보니 몇 년 전에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화천이의 다 자란 새끼들을 보며 “화천이를 왜 쫓아냈어, 이 새끼들아! 나가서 화천이 찾아와!”라고 하셨다. 다 자란 새끼들은 사람이 하는 말은 못 알아듣고 화천이가 낳은 새끼들만 끌어안고 있었다.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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