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다가 어머니께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허경영 중에 옆집에 누가 살았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윤석열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이재명을 찍을 예정이다. 어머니에 말에, 나도 윤석열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나는 심상정을 찍을 예정이다.
윤석열이 실언하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국민의힘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말 옆집 사는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은 서민적인 정치인을 원한다. 그런데 서민적인 정치인과 정말 서민처럼 말하는 정치인은 다르다. 서민적인 정치인은, 어떤 서민도 그러한 방식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서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정치인이다. 정말 서민이 평상시에 말하는 듯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여과 없이 말하면 말을 뱉을 때마다 실언 퍼레이드를 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그렇게 말한다. 그렇게 매일 실언한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자. 어느 누구도 실생활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보고 자연스럽다고, 진짜 같다고 판단한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행동하는 것을 카메라로 찍어놓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 없다. 배우는 정말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대로 연기해야 한다. 정말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연기하면 발연기라고 욕 먹을 것이다. 서민적인 정치인과 정말 서민처럼 말하는 정치인의 차이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언론에 나오는 윤석열을 보면 내가 알 법한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서 정겹다. 사회에 대한 관점이 뭔가 조금씩 다 잘못되어 있고, 자기 분야 이외의 분야에 대하여 조금씩 다 잘못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고집 세고, 남의 말 안 듣고, 자기가 얼마나 고생해서 이 자리에 왔는지 자랑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술 좋아하고, 술 한 잔 먹으면 헬렐레 하면서 아까까지 열을 내며 했던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하는, 그런 아저씨를 보면 정겹다. 내가 곧 마흔이 될 것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정겹다. 아마 우리 옆집에 사는 중장비 기사 아저씨가 대선 후보가 되어도 윤석열처럼 말하고 윤석열처럼 매일 해명하고 사과할 것이다.
오늘 윤석열이 한 실언만 봐도 정겹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대입 수험생들이 면접을 봐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 왜 지원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원래 다른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내신이 망해서(또는 수능이 망해서) 이 학교에 지원했다”고는 하지 않는다. 대학원 진학도 마찬가지다. 왜 대학원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취업이 안 되어서”라든지 “유학 가야 하는데 잠시 지낼 곳이 필요해서”라고 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렇게 답한다. 어떻게 저렇게 대답할까? 언론 보도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그런데 정겨운 것은 정겨운 것이고,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옆집 아저씨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 링크: [한겨레] 윤석열 “국민의힘,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민주당 못 가 부득이 선택”
( 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4546.html )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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