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6

버스 정류장 근처 아카시아 나무 제거



시골은 살기 힘들다. 별 게 다 안 되고 별 게 다 불편하다. 없는 것이 많고 그나마 있는 것은 시원치 않다.

일자리가 많은가? 아니다. 사업하기 좋은가? 아니다. 놀기 좋은가? 아니다. 돈 쓰기 좋은가? 아니다. 편의시설이 많은가? 아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잘 가르치는가? 아니다. 사교육이라도 괜찮은가? 아니다.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아니다. 환경이라도 좋은가? 아니다. 심지어 환경도 안 좋다. 아예 주변에 중소도시조차 없을 정도로 깡촌이면 모르겠는데 어중간한 시골이면 도시의 혐오시설이나 오염시설이나 공장이나 물류창고 같은 것이 시골로 몰려온다.

그러면 공무원이 일을 잘 하나? 아니다. 일도 못 하면서 주민을 무시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글도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취급한다. 어머니가 면사무소에서 어떤 공문서 발급신청서를 쓰려고 했더니 안내하던 공무원이 이름을 대신 써주려고 해서 어머니가 짜증낸 적도 있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친절하고 부지런한가? 아니다. 밭에서 걷은 비닐을 수거해가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일하지 않는다. 이장이라고 해서 똑똑하고 일을 잘 하느냐? 아니다. 이장이 착하면 착하기만 하고 일을 못해서 동네 이권이 침탈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이장이 안 착하면 동네 이권을 팔아먹는다. 그러면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그러니까 시골은 살기 힘든 것이다.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근처에 아카시아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면 버스가 오는 줄도 모르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 버스 기사든 승객이든 불편하고 위험하게 된다.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해야 하는데 아무도 제거하지 않는다. 동네 이장 아저씨가 거의 칠순이라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어렵다. 동네 주민들보고 나와서 같이 일하자고 할 수도 없다. 죄다 80대 노인들이다. 면사무소에 요청하려니 언제 제거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하기로 했다.

나는 수동 톱을 들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 갔다. 반나절 정도 아카시아 나무를 베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는 일도 못하면서 기계를 쓰려는 경향이 있어서 불안해서 일을 맡길 수 없다. 오죽하면 어머니는 내가 사다리 타고 나무 같은 데 올라가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아버지가 기계 켜는 소리만 들리면 불안하다고 하겠는가. 하여간 나는 한 그루씩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서 두 군데에 나누어 쌓아놓았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4시 30분까지,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하는 데 약 2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 근처의 시야를 확보했다.







내가 일을 거의 끝낼 때쯤 근처 공터에 특수차량이 들어왔다. 공터를 특수차량 주차장으로 쓰는 것이다. 차량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리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먼저 인사하고 아카시아 나무가 시야를 가려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이런 일은 땅 주인이 해야 하는데 땅 주인이 서울에 살고 여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터에 그 아저씨가 기르는 개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는 개와 잠시 놀더니 아카시아 나무를 마저 베고 있던 나에게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제가 기르는 개 중에 진도개는 아닌데 진도개 비슷한 하얀 개가 있는데 이번에 새끼를 낳았어요. 한 마리 가져가실래요?”

내가 강아지를 얻어가면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화천이가 얼마나 서운해하겠는가? 나는 고맙지만 집에 고양이가 있어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고 답했다.

시골은 살기 힘들지만, 아예 못 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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