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에 연재되는 굽시니스트 만화를 볼 때마다, 나는 ‘풍자가 이런 맛이 있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미 한참이나 맛이 간 개그맨들이 시사 풍자랍시고 주접 떠는 것을 보면 그들의 정치색과 상관없이 불쾌한데, 정치색과 상관없이 불쾌하니 그들의 정치색 때문에 불쾌한 것은 아닐 테고, 아마도 상한 음식을 볼 때 느끼는 불쾌함과 비슷할 것이다. 굽시니스트 만화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다.
<시사인> 743호에 실린 만화는 대통령 후보를 초한지에 비유한 것이다. 힘이 있으나 미숙한 윤석열을 서초패왕 항우에, 양아치 이재명을 한중왕 유방에 비유했다.
그나저나 이 만화의 등장 인물 중 해당 만화를 보고 제일 불쾌할 사람은 이준석일 것이다. 이준석은 자기가 한신이나 장량쯤 될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초 의제라고 하니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러든 말든, 이준석은 초 의제가 맞다. 초 의제가 아무 것도 없이 초의 왕손이라고 해서 제후들을 규합하는 데 쓰이는 것이나, 이준석이 아무 것도 없이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들 모으는데 쓰이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30대이고 게다가 서울 출신인 이준석이 국회의원 선거 때 고향 타령이나 하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나는 무슨 3김시대가 다시 온 줄 알았다. 그런 이준석이 청년이라고, 이준석이 하는 것이 청년 정치라고 그를 대표로 옹립하니, 이준석이 초 의제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링크: [시사인] 패왕건희 /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만화
(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05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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