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7

화천이와 사자소학



요새 화천이 울음소리 때문에 아침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화천이가 새끼들을 부르느라고 낮게 “아우-으허엉” 하는 소리를 내며 집 근처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없어졌나 하고 밖을 나가보면 새끼들이 마당 건너 창고에서 뛰어놀고 있다. 화천이는 새끼들을 찾으라 집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데 이 놈의 새끼들은 자기 어미가 그러든 말든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화천이가 창고까지 가서 새끼들을 불러온다. 어떤 날은 화천이가 또 한참 찾는데 창고에도 새끼들이 없었다. 새끼들은 뒤뜰에서 놀고 있었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화천이가 현관문 근처에 있는데도 화천이가 새끼들을 찾지 못했던 경우다. 화천이가 또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새끼를 부르며 돌아다녔고, 화천이가 내는 소리에 나도 잠을 깼고, 이번에는 새끼들이 고양이 집 앞에 쌓아놓은 상자에 모두 들어가서 자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가 부르면 빨리 깨서 가야지, 어미가 자기들을 부르든 말든 알 바 아니라고 자고 있으니까 결국 내가 잠에서 깬 것이다. 화천이가 새끼들이 자기 코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울고 돌아다녀서, 나는 새끼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화천이를 불렀다. 화천이는 상자에 담긴 새끼들을 보더니 그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새끼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를 크는 것을 보면 어린 아이와 엄마를 보는 것 같다. 아이는 하루종일 팔짝팔짝 뛰어놀고 장난치고 어디로 계속 돌아다니고, 엄마는 그 아이를 찾고 부르고 데려와서 밥을 먹인다.

어제는 비가 오려고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아침부터 새끼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화천이는 또 새끼를 찾아 울며 돌아다녔다. 나는 새끼 고양이들이 또 그러려니 하고 시청 공무원, 업체 사장과 직원, 마을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경찰서까지 갔다가 집에 왔는데도 화천이 새끼들은 없었고 화천이는 계속 울면서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

예전에 수컷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물어간 적은 있으나, 이제는 많이 자라서 물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주변에 새끼 고양이를 잡아갈 다른 들짐승도 없지만, 설령 들짐승이 물어간다고 해도 네 마리를 모두 물어갈 리는 없다. 새끼들이 크면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하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랬다면 화천이가 저렇게 애타게 울면서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새끼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고, 화천이는 계속 울면서 비를 맞으며 집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해가 졌고, 그 와중에도 화천이는 새끼를 부르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밤이 될 때까지 새끼들은 없고 화천이는 애타게 울고 있으니까, 나는 새끼들이 어떻게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새끼 고양이가 비를 많이 맞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니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화천이한테 새끼 간수를 좀 잘 하지 그랬냐고 말했는데, 화천이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계속 새끼 찾는 소리만 냈다. 나도 집 근처를 돌아보았지만 새끼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새끼들이 이 정도 자랐으면 옆 동네 5일장에 나오는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에게 새끼들을 넘겼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고양이 장수 아주머니도 장에 안 나오기도 하고 어머니도 바쁘고 해서 새끼들이 집에서 계속 지냈다. 차라리 새끼들을 고양이 장수에게 넘겼다면 다른 집에서 잘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계속 키우다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날 아침, 화천이 새끼 네 마리 모두 현관문 앞에서 자고 있었다. 어머니가 새벽에 나가면서 보니 화천이 새끼들이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뛰어놀다가 대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새끼들은 자기 어미가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대문 밖에 나가서 비닐하우스에서 놀다가, 비가 오니 거기서 자고 온 것이다. 화천이는 자기 새끼들이 그렇게 속없는 놈들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루종일 애타게 울면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철없이 돌아다니는 화천이 새끼들과 그런 새끼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화천이를 보니, 왜 『사자소학』 같은 데서 부모가 부르면 빨리 대답하고 나오라(父母呼我 唯而趨進)고 했으며, 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이며 먼 곳에 가서 놀지 말고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에 있으라(出必告之 反必面之 愼勿遠遊 遊必有方)고 했는지를 대충 알 것 같았다.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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