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9

집 안으로 들어온 화천이



지난 주 토요일에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야, 큰일 났다. 화천이가 다리를 절어.” 어머니가 금요일 아침에 출근할 때는 화천이가 집에서 안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보니 화천이가 다리를 절뚝절뚝 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미 오밤중이라 동물병원에 갈 수 없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다. 꼼짝 없이 이틀 동안 화천이는 병원에 못 가고 절뚝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화천이가 불쌍하다며 집에 들어오게 하려고 했다. 아픈데 날씨도 추우니까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화천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더니 막상 들어오라고 하니까 청개구리처럼 안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그동안 화천이는 왜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는가. 아마도 털복숭이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였을 것이다. 작년 늦가을인가 초겨울인가 털복숭이가 없어졌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느 날 털복숭이가 끙끙 앓으면서 수채구멍으로 들어가서는 불러도 나오지 않았고, 어느 새 없어져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죽을 병인지 살 병인지 알아볼 텐데 데려갈 수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화천이만 집에 혼자 남았고 그 이후부터는 틈만 나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주중에는 집에 잘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는데 주말에 내가 집에 오면 특히나 더 들어오려고 한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에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10만 원 이상은 안 된다.” 화천이 치료비가 10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0만 원 나온다고 해서 내 카드로 10만 원 긁고 네 카드로 10만 원 긁고 이런 식으로 해도 안 된다. 무조건 10만 원 이상은 안 된다.” 어머니가 아무리 화천이를 아끼더라도 짐승한테 돈을 많이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골 사람들 정서가 그렇고 나도 그렇게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수술해야 하고 비용이 30만 원 정도 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화천이는 계속 절뚝거리면서 살아야 하나?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동물도 보험에 든다더니 내가 그걸 고민할 줄 몰랐네.” 나는 치료비로 30만 원 정도 나오면 그냥 내가 30만 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 밤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월요일 아침에는 눈이 많이 쌓였다. 아침에 일어나 길에 쌓인 눈을 다 치우니 아침 9시가 약간 넘었다. 화천이는 현관문 밖에 있는 집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다리도 불편한 놈이 어디 안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침을 먹었다. 밥 먹고 나오니 화천이가 없었다. 절뚝거리면서 어디를 갔는지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화천이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화천이가 오자마자 철장에 넣어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은 발바닥 문제도 아니고 뼈의 문제도 아니고 아마도 근육염인 것 같다면서, 활동량이 많으면 빨리 낫지 않으니 좁은 곳에 두고 많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화천이한테 주사를 맞히고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화천이를 밖에 두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또 온 동네를 돌아다닐 것이다. 결국 화천이는 다리가 나을 때까지 집 안에서 지내기로 했다. 화천이 화장실도 만들었다. 내가 빈 포도 상자에 근처 공사장에 있는 모래를 퍼 담아서 가져왔다.

내가 이러한 사실을 회사에 계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카카오톡으로 이런 답장을 보냈다. “화천이가 호강하네.” 이렇게 화천이는 당분간 집 안에서 살게 되었다.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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