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6

도시양봉은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도시농업이나 도시양봉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양봉은 꼭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취미로서 좋다고 하니, 옥상마다 벌통 하나씩 가져다 놓으면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다. 그런데 벌통 하나 가져다 놓아봤자 도시는 여전히 도시다. 도시양봉이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라면서 호들갑 떠는 것은, 단순히 좋은 취미생활에 불과한 것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건 아닌가?

꿀벌이 사라지는 유력한 요인으로 추정되는 것이 도시화라고 한다. 숲이 파괴되고 나무와 꽃이 사라지면서 벌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양봉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도시가 양봉에 유리한 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겨울에 도시가 농촌보다 기온이 높고, 농약과 살충제의 위험도 덜하다는 것이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도시가 겨울에 더 따뜻해봤자 꽃이 필 정도로 따뜻하지도 않을 텐데 시골보다 뭐가 유리하겠는가? 그런데 옥상에 벌통을 가져다놓으면 양봉이 되기는 된다고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유튜브 채널 <까레라이스TV>에서는 도시양봉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한다. 벌은 꽃가루가 없어도 꿀을 만들 수 있다. 장마철에 꿀벌들한테 설탕을 먹여도 벌통에 꿀이 차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도시양봉에서 꿀벌들한테 일부러 설탕을 먹이지는 않지 않나? 꿀벌들이 알아서 설탕을 찾는다는 것이 양봉업자의 설명이다. 도시에 사는 꿀벌들은 쓰레기통에 버린 콜라캔 등에서 당분을 모아서 꿀을 만든다. 그런 꿀은 ‘콜라꿀’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도시양봉을 통해 만든 꿀이 중금속이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 하는 것도 이를 통해 충분히 설명된다. 콜라가 안전한 만큼 콜라꿀도 안전한 것이다.

그러니까 도시양봉은, 사람들이 환경에 도움되는 짓을 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퍽이나 생태주의자인 척 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주는 기능이 있다. 어쨌든 나름대로의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니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최대한 좋게 해석한다면, 인간이 당분 재활용을 통해 약간이라도 환경파괴를 줄인다는 의미 정도는 있겠다. 설탕을 생산하려면 어떻게든 환경을 파괴하고 온실기체를 방출할 수밖에 없는데, 콜라꿀을 만들어먹는 만큼은 설탕 생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링크(1): [사이언스타임즈] 꿀벌도 살고 사람도 사는 ‘도시양봉’

( www.sciencetimes.co.kr/news/꿀벌도-살고-사람도-사는-도시양봉/ )

* 링크(2): [까레라이스TV] 벌이 콜라로 꿀을 만들면 그것은 바로 콜라꿀

( www.youtube.com/watch?v=kmQfQDkv3Zg )

(202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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