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8

진화한 미래 인문학



포켓몬스터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인문학>이 <미래인문학소셜앙트레프레너십 융합전공>으로 진화했다. 몇 년 전 나는 미래 인문학 같은 게 있다는 것을 듣고는 “그러면, 역사학은 과거 인문학이냐?” 하고 비웃었는데, 그렇게 웃고 넘어갈 것이 아니었다. 진화한 <미래인문학소셜앙트레프레너십 융합전공>은 4단계 BK21 플러스 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인문학이 마법사의 돌도 아닌데, 무슨 수로 “현재의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하며 “시급한 사회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사회적 기업가’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소셜 앙트레프레너’라고 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부 사업에 선정되는 데 통용되는 작명 방식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하는 사업인지는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불필요하게 사업명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에나 비스타 울트라 소셜 하이브리드 퓨전 휴매니티 혼돈의 카오스 인문 융합전공> 같은 이름은 어떨까? 내가 교수가 되어 이런 이름을 쓰는 과정을 운영하면 좋겠지만 교수는커녕 졸업 여부도 기약이 없으니, 동료 중 먼저 교수가 되는 사람이 이 사업명을 가져다 써도 될 것 같다. 필요하다면 몇 개 더 지어줄 수도 있다. 생각 없이 이것저것 붙여서 막 지으면 된다.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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