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5

그래도 새끼들을 돌보는 화천이



고양이들은 1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새끼를 낳는다. 새끼를 2-3년에 한두 마리 정도만 낳으면 좋겠는데 고양이는 1년에 두 번씩, 한 번에 너댓 마리씩 낳는다. 집에 고양이가 무한정 늘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새끼를 줄 수밖에 없다. 고양이들을 불임 시술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고양이들이 앞으로 아예 새끼를 못 낳게 되는 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어머니가 고양이한테 그런 식으로 돈 쓰는 것을 반대해서, 결국 아직까지 두 고양이에게 불임 시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골 사람 정서로는 짐승한테 돈 쓰는 것이 아직 자연스럽지는 않다. 사실, 나도 약간 그렇다.

어쨌든 이번 여름에 한참 더울 때 화천이와 털복숭이는 새끼를 낳았다. 원래는 초가을에 새끼를 낳아야 하는데 올해는 한참 더울 때 새끼를 낳았다. 화천이가 다섯 마리 낳고 그 다음 주에 털복숭이가 네 마리 낳았다. 화천이가 새끼를 낳은 지 한 달쯤 지나서 화천이 새끼들이 슬슬 사료를 먹기 시작할 때쯤, 어머니는 옆 동네 5일장에 가서 새끼들을 고양이 장수에게 넘겼다. 한 마리에 천 원씩 준다는 것을 차마 돈을 못 받겠다면서 그냥 주고 오는 것이다. 어머니는 항상 새끼들이 한참 예쁠 때 넘긴다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을 때마다 이렇다.

화천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반겼지만 어머니를 반기지 않은 것은 어머니가 자기 새끼를 없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 기숙사에 있으면서 어머니에게 옆 동네 5일장에 고양이 새끼들은 넘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 전보다 화천이가 덜 상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두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한 번에 고양이 장수에게 모두 넘겨서 집에 고양이 새끼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털복숭이가 낳은 새끼들은 남기 때문에 화천이가 덜 상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화천이는 자기 새끼들이 없어지자 지난번처럼 구슬프게 울고 어머니를 외면하고 고개를 홱 돌리고 봉당 끄트머리에 앉았다. 두 고양이가 자기 새끼와 남의 새끼를 구분하지 않고 젖을 먹이고 키우기는 했지만 누가 자기 새끼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천이는 한동안 우울한 듯이 앉아있었다. 어머니는 나보고 화천이 좀 달래보라고 했다. 내가 화천이 옆에서 화천이를 달랬지만 화천이는 고개를 돌리고 마당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고양이집에서 털복숭이 새끼들이 삐약삐약 소리를 내면서 비틀비틀 기어나왔다. 아직 털복숭이 새끼들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걷기는 걷는데 잘 걷지는 못한다. 평소와 달리, 화천이는 털복숭이 새끼들이 삐약삐약 하는 소리를 듣고도 마당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털복숭이 새끼들을 화천이 가까이로 옮겼다. 그래도 화천이는 마당만 보고 있었다. 털복숭이 새끼들을 화천이 바로 옆으로 옮기자 새끼들은 젖을 먹으려고 하는지 화천이 배 쪽으로 머리를 디밀었다. 그래도 화천이는 배를 바닥에 붙이고 마당만 보고 있었다. 새끼들이 한참 낑낑거리는데도 화천이는 배를 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털복숭이는 어디 놀러갔는지 집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천이는 새끼들의 얼굴이며 몸통을 핥기 시작했다. 화천이 새끼들은 눈곱이 끼지 않았는데 털복숭이 새끼들은 눈곱이 많이 끼었다. 털복숭이의 새끼들을 핥던 화천이는 몸을 세웠고 새끼들이 화천이의 젖을 먹기 시작했다. 한참 젖을 먹이던 화천이는 아예 누워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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