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행동경제학> 수업을 청강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청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행동경제학 같은 과목에서는 첫 시간에 꼭 학생들에게 퀴즈를 낸다. 우리의 직관적인 판단이 합리적인 계산 결과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퀴즈를 낸 다음 즉각 대답하도록 하고, 학생들 중 상당수가 쉬워 보이는 퀴즈에 오답을 답하고, 교수가 학생들에게 행동경제학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내가 청강하는 수업은 달랐다. 내가 수업 앞부분을 못 들어서 무슨 퀴즈를 냈는지는 모르는데, 학생들 중 대부분이 정답을 맞추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원래 실험대로면 대부분 틀려야 하는데, 우리 수업에서는 거의 다 정답을 맞추었네요”라고 했다. 그러고는 잠깐 머뭇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여러분들은 거의 다 정답을 맞추었죠. 그런데 여러분처럼 판단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 중에 몇 퍼센트나 될까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공직에 갈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를 반영해서 정책을 만들어야겠죠. 행동경제학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런 시험 결과의 귀결이 이런 것은 아니었을 텐데, 하여간 순발력이 좋은 선생님이었다.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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