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9

포스트 코로나 같은 소리는 왜 죄다 시시한가?



언론에서 나오는 “포스트 코로나”니 “뉴 노멀”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영양가가 없어보인다. 의학 쪽은 모르겠는데 나머지 분야에서는 기존의 뻥쟁이들이 눈에 띤다. 현실에 대해서도 개뻥을 치던 사람들이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하여 말해보라고 하니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그런데 뻥쟁이들이 획기적인 뻥을 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던 뻥에 “코로나19”를 덧붙여서 뻥을 친다. 다소 미온적인 뻥인 셈이다.

코로나19는 유례없는 일인 것 같은데 왜 획기적인 개소리는 나오지 않는가? 현재의 비-대면 상황을 염두에 두고 뻥을 치니까 과감한 뻥을 못 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뻥을 칠 때는 기존의 SF 영화나 소설을 적당히 가공해서 뱉으면 통용되는데, 전염병과 관련해서는 그런 식으로 차용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가지고 올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기존의 뻥에 “코로나19”나 갖다 붙이든지, 비-대면 상황이 일상화되는 정도로 수줍게 뻥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언론에서 비-대면 상황이 일상화되거나 장기화되는 정도로 뻥을 치니 교양 수업에서 학부생들에게 토론을 시켜도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만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라고 하니 학생들은 비-대면 상황이 장기화된 상황을 염두에 둔 이야기만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금방 끝나고, 또 깨끗하게 끝나고,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그런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이 지금처럼 지낼까? 회의도 화상으로 하고 수업도 화상으로 하고 공연도 화상으로 볼까? 그럴 리 없다. 전염병이 안 도는데 왜 공연장을 안 가고, 왜 극장을 안 가고, 왜 전시회를 안 가겠는가? 전염병이 안 도는데 왜 여행을 안 가고, 왜 맛집을 안 찾아가겠는가? 사람들은 지금 상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참고 견디는 것뿐이다. 어느 누구도 지금 같은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 코로나19에 맞추어 새롭게 개발된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개발되었으나 잘 안 쓰던 것을 마지못해 쓰는 것뿐이다. 온라인 수업은 내가 학부 다니던 15년 전에도 있었다. 학교에서 비용 줄이려고 3학점 수업에서 한 시간 반은 온라인으로 하고 한 시간 반은 강의실에서 수업하라고 시키자, 여기에 맞추어 강사들은 강의실에서 하는 수업에서는 세 시간 동안 말할 분량을 한 시간 반 동안 두 배 빨리 말했고, 그걸 찍어서 온라인 수업이라고 올렸다. 대입과 관련된 인터넷 강의는 그보다도 더 이전에 있었다. 그런데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돈 내고 현장 강의를 듣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코로나19 끝나도 비-대면이 친숙해지고 일상화된다고? 그럴 리 없다.

어떤 사태가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그러한 사태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더라도 그 이전 사회로 못 돌아간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세계를 바꾸었다는 것은, 계속 전쟁 중이어서 사람들이 소총 들고 다닌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대전 때문에 국제 질서가 싹 바뀌어서 다시는 세계 대전 같은 것이 안 일어난다고 해도 그 이전으로 못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이라고 하면서 온라인 강의 같은 소리나 한다. 멍청한 소리다.

포스트 코로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일 것이다. 생활 방식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 사태가 진정되면 마스크 안 쓰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가래침 아무 데나 뱉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가 재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건물 임대하는 건물주들에게 타격이 올 것이고, 그들에게 대출해준 은행에도 타격이 올 거고, 그러면 걷잡을 수 없어지니까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할 건데 얼마만큼을 언제까지 투입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재정 적자는 남는다.

그러면 왜 이걸로는 뻥을 안 칠까? 아마도 뻥을 칠 견적이 안 나와서 그럴 것이다. 지금 경제 상황이 좋냐 안 좋냐 가지고는 뻥을 칠 수 있겠지만, 장기간의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뻥 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뻥을 칠 수준이면 그냥 이론을 만들고 논문을 발표하면 된다. 이러한 진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거나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언론에서 포스트 코로나 같은 소리를 한다고 한들 뻥쟁이들의 용돈 벌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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