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홈페이지 메뉴 중에 [알림마당]이라는 것이 있다. 예산낭비 신고를 받는다고 한다. 신고를 할지 말지 한참 망설이다 결국 신고하지 않았다. 내가 신고하려고 한 것은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의 예산 낭비였다. 잊을 만 하면 도서관 홈페이지를 개편하는데 그 때마다 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필요 없는 기능은 새로 만든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면 필요한 정보는 안 보여주고 엉뚱한 것을 잔뜩 보여준다. 이런 논문도 있다, 이런 책도 있다고 하면서 뭘 잔뜩 보여준다. 나는 내가 찾는 자료가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을 뿐인데 상관없는 자료를 잔뜩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 자료가 도서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자료가 있다면서 창에 잔뜩 뜨는 것이다. 내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할 거고 자료가 필요하면 구글에서 찾아볼 건데 왜 도서관에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인가. 그렇게 필요 없는 정보를 한참 넘겨본 후에야 내가 찾는 자료는 도서관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없으면 없다고 하지 왜 쓸데없는 것까지 죄다 보여주는가.
그렇다면 검색 속도라도 빠른가?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쓸데없는 것을 보여주니 검색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도서관의 법칙’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 좋아진다는 게 무어의 법칙이라면, 도서관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마다 성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 도서관의 법칙이다.
예전에 도서관 홈페이지에는 특정 도서의 대출 횟수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었다. 어떤 책을 검색하면 그 책이 도서관에 입고된 이후 몇 번 대출되었는지가 표시되었다. 그걸 보면 어떤 분야에서 어떤 교재가 주로 사용되며 어떤 교재의 선호도가 높은지 대강 알 수 있어서 입문서를 고를 때 참고하기도 했다. 그 기능은 예전에 없어졌다. 자신의 도서 대출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는데 그 기능도 없어졌다. 그 기능이 없어지자 전 지도교수님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는 왜 개편할 때마다 이상해지는 것인가. 이 정도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도 총장 선거 때나 총학생회 선거 때 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 지도교수님 말고도 다른 교수들 중에도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마다 가슴을 치는 사람들이 분명히 꽤 있을 텐데, 왜 이런 문제는 공론화되지 않나 모르겠다.
(201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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