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2

조국은 왜 그랬을까

   
조국의 딸이 고등학교 때 대학 연구실에서 2주 간 인턴해서 논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서 화가 나지 않는 것인가. 나와 너무 먼 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보는 것 같아서 현실 감각이 잠깐 마비된 것인가. 조금 씁쓸하기는 했지만 박탈감 같은 것도 들지 않았다. 박탈감이라는 것은 내 것이거나 내 것이어야 했던 것이나 내 것일 수도 있었던 것을 빼앗겼을 때 드는 감정인데, 조국 딸이 가진 것은 내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어서 그런 것 같다. 몇 가지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 연구실에서 출퇴근을 기록하며 일하던 대학원생들은 그 사실을 알았을까’, ‘저 정도 최상류층은 업체 안 거치고 부모가 직접 자식 스펙 관리를 하는구나’ 하는 정도였다.
  
꼭 유승준을 보는 것 같다. 유승준이 다른 연예인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았던 것은 다른 연예인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유승준에 대한 기대가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기대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싸이의 첫 번째 군 복무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싸이를 크게 비난하지 않았다. 싸이에 대한 기대치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유승준은 달랐다. 도대체 무슨 아름다운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고 군대도 안 다녀왔는데도 해병대 홍보대사를 했다. 그래놓고는 군대를 안 가겠다면서 당당히 국적을 포기하니 사람들의 분노가 더 컸던 것이다. 만약에 조국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이 이 정도로 분노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황교안이나 나경원이 그랬으면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조국은 왜 그렇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열심히 했을까. 조광조가 왕도 정치 말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뻔하고 재미없고 비슷비슷한 글을 하루에도 여러 개씩 썼을까. 유승준은 아름다운 청년 행세를 하고 다니다가 국적을 포기했다. 애초부터 국적을 포기할 마음이었을 수도 있지만, 원래 군대 갈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서 국적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조국은 안 아름다운 행동을 한참 먼저 하고 나서 아름다운 트위터, 페이스북 글을 썼다. 조국은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면서도 그런 글을 썼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글을 그렇게나 많이 썼을까.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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