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0

구로기계공구상가 지하의 공기질



구로기계공구상가 근처에서 아르바이트 할 일이 있었다. 아르바이트 하기 전에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쇠 깎는 가계만 있고 식당이 없었다. 근처 가게 주인한테 중국집 위치를 물었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해서 나는 왼쪽으로 돌았다. 그렇게 한참 돌다가 나중에 깨달았다. 아, 오른쪽으로 돌면 5분에 갈 거리는 왼쪽으로 돌아서 20분 넘게 왔구나. 그렇게 아까 지나갔던 구로기계공구상가에 다시 도착했다. 상가에 도착해서도 한참 헤맸다. 지하에 식당이 있다고 해서 상가 지하로 내려갔는데 식당이 없었다. 나는 저녁식사로 짜장면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 길을 헤맬 줄은 몰랐다.

내가 생각한 상가 지하는 낙원상가 지하 같은 곳이었다. 막걸리도 팔고 파전 같은 것도 팔고 아저씨들이 쇠 깎다 퇴근해서 한 잔 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지하로 내려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지하 상가가 아니었다. 상가 지하에도 쇠 깎는 가계들이 있었다. 조명은 어두웠고 벽과 바닥은 온통 잿빛이었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이라 쇠만 깎아도 공기질은 충분히 안 좋을 텐데 트럭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하 상가의 공기질은 미세먼지 나쁨일 때의 야외 공기질는 비교할 수도 없이 안 좋았다. 미세먼지 나쁨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하얀 마스크, 까만 마스크, 회색 마스크, 방진 마스크, 형형색색의 마스크를 쓴다. 지하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쇠 깎는 몇 사람만 마스크를 낄 뿐이었다. 거기서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일을 해왔을, 사장님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은 왜 마스크를 안 낄까. 마스크를 쓰나 안 쓰나 별 차이가 없고 일하는데 불편하기만 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웬만한 산업용 마스크가 아니면 미세먼지 막는 데 별 다른 효과가 없다고 한다.

다행히 식당이 있는 쪽 지하는 쇠 깎는 쪽보다 공기질도 좋았고 환기도 잘 되는 편이었다.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주문했다. 몇 시까지 먹어야 하는지 휴대전화를 꺼내어 시계를 보는데 벌써 짜장면이 나왔다. 주문한 지 3분도 안 되어 짜장면이 나온 것이다.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릴 틈도 없이 식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식사를 빨리 끝낸 만큼 공기질이 안 좋은 작업장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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