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선배 중에 총무간사만 5년 한 사람이 있다. 총무간사 임기가 2년인데 어찌하여 그 선배는 총무간사를 5년이나 했는가? 대학원판 <노예 12년>인가? 여기에는 가슴 아픈 전설 같은 것은 없다. 후임 총무간사가 1년 하다가 직장인이 되어서 대체 인력으로 그 선배가 투입되어 1년 더 했고 그 이후 박사과정생이 안 들어오는 바람에 총무간사를 한 번 더해서 5년을 채운 것이다.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내가 협동과정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하지 않았다면 그 선배는 총무간사 7년을 채웠을 것이다. 다행히도, 내 뒤로 여섯 명이 있어서 나는 대체 인력 걱정이 없다.
학술대회 때 비운의 총무간사 선배와 술자리를 했다. 그 선배는 자신의 총무간사 시절을 씁쓸하게 곱씹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일이 내가 1차 총무간사 때 있었던 더 일인데...” 옆에 있던 현 편집간사 이렇게 말했다. “1차 총무간사? 총무간사가 세계 대전이야?” 아마도 그 선배에게는 총무간사 하던 때가 전쟁 같은 시절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선배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중간에 1년 동안 총무간사 쉬던 시기는 뭐예요? 전간기예요?” 12년 전쯤 총무간사를 했던 다른 선배가 말했다. “총무간사를 쉬던 시기니까 총간기지.”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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