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교양프로그램의 산업혁명 발생 원인 진단

    
30년 전에 나온 동양과학사 책 중에 김영식 선생님이 편역한 『중국 전통문화와 과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동양과학사 논문 중 전통과학사에 대한 고전적인 논문을 번역하여 엮은 것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김영식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국 전통문화의 여러 분야 중에서 과학만큼 일반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등한시 된 분야는 드물다. 그러나 이해의 결여와 무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통과학 전반에 관한 아주 단순화된 생각이나 인상적 언급들은 수없이 많았다. 일반사람들만이 아니라 중국에 관심을 지닌 과학자・철학자들, 그리고 중국학 학자들까지도 중국의 과학이 ‘앞서 있었다’거나 ‘뒤져 있었다’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댔고, 심지어는 중국에 과학이 ‘있었다’거나 ‘없었다’는,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었냐 하는 얘기들까지 자주 거론되었다. 물론 때로는 아주 흥미 있는 관찰이나 심오한 통찰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구체적 세부사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얻어지기에 앞서서 나타난 같은 생각과 느낌들은 대부분의 경우 왜곡됨과 부정확함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당초 이 같은 일이 생겨난 것은 중국 전통과학에 대한 이해와 연구의 부족, 보잘 것 없는 수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국 전통과학의 구체적 세부사실에 대한 깊은 이해는 어디에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20년 정도를 통해 상황은 상당히 변해서 중국 전통과학의 여러 분야와 측면들을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연구결과가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 그러나 이렇게 해서 나오게 된 어느 정도 수준의 연구업적들에 담긴 내용은 일반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중국 전통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는 아직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단순화된 생각이나 인상적인 느낌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이다. 그리고 중국학 학자들 중에도 과학에 무관심한 사람은 이런 점에서 일반사람들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3-4쪽)
  
이 책이 한국에 나온 것은 1986년이고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그로부터 20여 년 전에 영어로 출판된 것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그 책이 출판된 지 15년 가량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BS1TV 교양 프로그램에 127일 간 e-mail을 주고받던 동양철학 교수와 서양철학 교수가 나와서 동아시아에 과학이 있었네 없었네 논쟁을 하는 벌이곤 했다. 그로부터 다시 15년 가량 지난 지금, 방송에서 동아시아에 과학이 있었네 없었네 하며 대놓고 막 나가지는 않지만, 여전히 미진한 구석이 적지 않다. 한국의 교양프로그램은 한국에서 30년 전에 출판된 전공 서적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 참고 자료: 김영식 편역, 『중국 전통문화와 과학』, (창작과비평사, 1986),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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