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가 이번에 낳은 새끼들은 목소리가 컸다. 갓 낳은 새끼들인데도 웬만큼 자란 새끼들보다 목소리가 컸다.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새끼들은 삐약삐약 하고 우는데 이번 새끼들은 나온 지 하루도 안 됐는데도 귀가 아프도록 꽥꽥 울었다. 목소리가 우렁찬 것만 듣고 이번에 새끼들이 잘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집에 와서 보니 새끼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수요일 새벽에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때려 부술 듯 두드리는 소리에 아버지가 대문 밖으로 나갔더니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늙은 남자가 목발로 대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해병대 옷 같은 것을 입은 그 남자는 집마다 돌아다니며 양말을 팔았다. 사기를 당해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아버지는 1만 원 어치 양말을 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랐는지 화천이는 새끼들을 죄다 데리고 어디로 갔고 그 이후로 새끼들을 다시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화천이의 젖을 살펴보니 새끼들을 숨기고 몰래 키우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새끼들을 키우려고 했는데 잘 안 된 건지, 그냥 잡아먹은 건지 모르겠다. 몇 년 전, 화천이가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일이 있었다.
평소 화천이는 사람을 봐도 신경 쓰지 않는데, 새끼가 사라진 후 나한테 와서 그렇게 몸을 비빈다. 화천이는 전에 낳은 새끼한테도 평소보다 몸을 많이 비빈다. 그 새끼는 화천이가 지난번에 낳은 새끼들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어머니가 새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주자고 할 때 내가 한 마리만 남겨놓자고 해서 집에 남았다. 화천이가 새끼를 끌어안는 것을 보면서 저 새끼까지 보냈으면 화천이는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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