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집 근처에 커피집 하나가 생겼다. 나는 그 커피집이 곧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시골 동네에 읍내도 아니고 외진 곳에 카페가 생기니 곧 망하겠다 싶었다. 그 자리는 들어오는 가게마다 몇 달을 못 버티고 줄줄이 문을 닫았고 심지어 점집도 자기 앞날을 못 맞추고 문을 닫은 곳이었다. 시골 사람들 중에 누가 커피를 마시려고 자동차를 끌고 오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집은 영업이 곧잘 된다고 한다.
왜 그 카페는 영업이 잘 되나. 동네 사람들에게 들은 몇 가지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추론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시골은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어디 몇 발짝 가는 것도 힘들다. 미국도 아닌데도 어디를 가든 웬만하면 자동차를 끌고 나가야 한다. 시골 사람 입장에서, 읍내에 있는 카페에 가든 외진 곳에 있는 카페에 가든 차를 끌고 가야 하는 것은 똑같다. 여기서 핵심은 주차공간이다. 읍내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하기도 힘들고 주차한 후에도 주차장에서 카페까지 한참 걸어야 한다. 그런데 외진 곳에 있는 카페는 주차공간이 넓다. 이 때문에 읍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길 건너편에 있는 그 카페를 보면서, 나는 내가 아직도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구나 싶었다. 모형에서 가정 몇 개만 달라져도 결과값이 뒤바뀌는데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멀쩡한 가게를 보고 ‘저 가게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저 자리에 가게를 차렸나’ 하고 생각했다.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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