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를 보내러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택배 기계 앞에 외국인 두 명이 서 있었다. 내가 택배 기계 근처에 가자 외국인 한 명이 나보고 먼저 기계를 쓰라는 듯 비켜 서 주었다. 나는 택배 발송에 필요한 인증번호를 미리 받아왔기 때문에 금방 택배 여러 개를 부칠 수 있었다. 송장을 택배에 붙이고 편의점 직원에게 택배물품을 맡겼다. 편의점을 나오려고 할 때 옆에서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나에게 물었다. “이거 할 줄 아세요?” 택배 보내는 것을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편의점 택배함에는 택배물품이 하나도 없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택배를 맡긴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일요일 밤에 내가 택배를 맡기러 왔고 마침 그 외국인들이 나를 본 것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어가 서툴어서 다른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편의점에 들어와서 물건을 사자마자 나갔을 것이고 점원은 계산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외국인들은 택배 기계에 화면에 나오는 ‘이름’, ‘주소’ 같은 단어도 몰랐다. 자기 주소와 수신자 주소밖에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소를 아는 것도 아니었고 주소를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정도였다.
수신자 중 한 명은 충북 음성군에 살았다. 주소지 끝부분이 “무슨 무슨 다방 위 원룸 몇 호”로 끝났다. 다른 수신자는 경남 거제에 살았다. 거제에 사는 사람도 주소지 끝부분이 “무슨 무슨 건물 원룸 몇 호”로 끝났다. 주소지 끝에 알파벳이 몇 자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보는데 둘 중 한국어를 조금 더 잘 하는 사람이 말했다. “아, 친구예요. 내 친구.” 외국인 노동자들은 음성에 사는 친구에게 과일을 보냈고 거제에 사는 친구에게 옷을 보냈다. 음성과 거제가 어떤 동네인지 알았다면 음성 사는 친구에게 옷을 보내고 거제에 사는 친구에게 과일을 보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에 따르면, 요즈음은 한국 사람한테 장사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한테 장사해서 먹고 산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승용차를 타고 대형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오는데 외국인들은 차도 없고 지리도 몰라서 동네에서 파는 싼 물건을 산다고 한다. 과일 상자 크기로 보아서는 몇 개 담지 못한 것 같았고 옷도 보나마나 싸구려 옷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은 꼭 좋은 것이 아니더라도 멀리 있는 친구한테 뭔가를 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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