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창업동아리가 헛짓거리 했다가 뒤지게 욕먹은 뒤 사과하고 없던 일로 했다. 그 동아리는 손편지를 써서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판매하려고 했다. “수험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드리고자 서울대생들이 직접 손편지를 쓰고, 공부할 때 사용한 펜을 판매하고 있다”며 편지와 서울대생이 공부할 때 사용한 펜,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컴퓨터용 사인펜 등을 묶음으로 7천원에 판매하겠다고 한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아니고 최민수도 아니고 김연아도 아닌 그들은, 자기들이 명문대에 다닌다는 이유로 새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쓰던 것을 팔려고 했다.
명문대생이 손으로 편지를 써서 수험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한다는 것은 달마도로 수맥을 잡는다는 식의 발상이다. 1999년도 아니고 2019년에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 명문대생이 편지를 써서 좋은 기운을 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열등생이 편지를 써서 나쁜 기운을 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사업을 투 트랙으로 진행할 수 있다.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사람은 명문대생이 쓴 편지를 사고 누군가에게 나쁜 기운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수능 9등급 받은 학생이 쓴 편지를 사서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냥 편지를 보내면 기운이 흡수가 안 되니까 오래오래 나쁜 기운을 흡수하라고 원한 있는 사람이 쓰는 물건에 9등급 학생이 쓴 편지를 넣어둘 수도 있겠다. 몰래 방석에 넣거나 하면 되겠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학생들은 정말 편지로 기운이 전한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고객들을 개돼지로 봐서 그런 사업을 구상한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그 동아리 학생들에게 응원의 손편지를 써주면서 “내가 좋은 기운을 담은 편지를 보내니까 7달러 주고 사라”고 하면 그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7달러를 낼까, 아니면 ‘미친놈 지랄하네’라고 생각할까? 그런데 그들은 그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링크: [연합뉴스] “서울대생이 쓰던 펜·손편지 7천원”…학벌 상품화 논란
( www.yna.co.kr/view/AKR20190325070700004 )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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