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양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며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은 지식 교류가 한국보다 훨씬 개방적입니다. 교수들이 밥 먹을 때만 봐도 그래요. 미국에선 교수식당, 학생식당이 따로 없습니다. 큰 식당이 있고 연구자들이 전공이랑 관계없이 섞여 앉는 게 자연스럽지요.
스몰 토크(가벼운 대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가볍게 밥 먹고 커피 마시며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것. 만나서 ‘넌 뭘 연구하고 있냐’ ‘이게 문제인데 이래서 잘 안 풀린다’ 그런 얘기를 하다 영감을 얻는 거예요. 그렇게 식당에서 만나 다음날부터 같이 연구하게 된 사람들도 여럿 봤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왔더니 밥은 꼭 같은 과 사람들하고만 먹어요.”
가벼운 대화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그 전에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 다른 전공의 연구자들끼리 가볍게 커피 마시며 만나서 이야기를 할 유인이 생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대학에서 다른 과 대학원생들끼리 커피 마시라고 쿠폰 같은 것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른 과 대학원생과 커피를 마시겠다고 대학원생들이 학교에 신청하면, 학교에서 추첨하든지 해서 대학원생들에게 커피 쿠폰을 지원하는 것이다. 쿠폰을 그냥 주면 혼자 두 잔 마실지 모르니까 같이 마시는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서 인증하게 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교수가 아니라 대학원생에게 커피 쿠폰을 지원해야 하는가? 대학원생이 불쌍해서? 불쌍한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커피 쿠폰으로 교수를 움직일 수 없지만 대학원생은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생이 자라서 그 중 일부가 교수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링크: [한국경제신문] 37년 교편 접고 떠난 국가석학의 고언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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