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

군기 잡다 걸리는 과는 해산시키자

     

대학에서 학생들끼리 선배랍시고 군기 잡고 염병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군대에서도 사고 나면 부대 해산하고 다시 만들던데, 대학에서 군기 잡다 걸리면 해당 과를 해산하고 다시 만드는 건 어떨까?

학생들끼리 군기 잡을 정도면 그런 과는 없애는 것이 낫다. 그런 과에는 전승될 만한 가치 있는 문화나 전통 같은 것은 없을 것이고 쓸만한 암묵지 자체도 없을 것이므로, 그런 과에서 선후배들이 단절된다고 해도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아무런 손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학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학과에서 악습을 계승・전파하는 학생들이 문제니까 학과 자체를 폐과하는 것이 아니라 학과를 완전히 해산하고 악습을 전할 선배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 다시 신입생을 모집해서 깔끔하게 새출발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과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가? 해당 과의 학생들을 다른 과에 분산 수용하면 된다. 물론, 다른 과에 가서 악습을 전파할 위험도 있지만, 원래 있던 학생들이 버티고 있는 한 원래 자기 과에서 하듯 설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언저리에서 겉돌다가 졸업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머리 좋은 학생들은 어느 걸 배워도 잘 하고 아닌 학생들은 어느 걸 배워도 못 하니까 철학 배우던 학생이 역사를 배우든, 물리학을 배우던 학생이 생물학을 배우든, 경제학을 배우던 학생이 정치학을 배우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예술대학처럼 각 과 성격이 완전히 다를 경우 다른 학교에 위탁 교육을 맡기면 될 것이다.

학과가 해산된 동안 교수들한테는 3-4년씩 연구년을 주든지 교양과목만 하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해당 학과의 교수들은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학과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발견하는 즉시 학교본부에 신고하든지 해서 대학 내에 나쁜 문화가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학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갈 것이다.

“김 선생님, 요즘 왜 이렇게 연구를 많이 해요?”

“우리 과 학생들이 군기 잡다가 걸려서 과가 해산됐어요. 하하하하.”

“아, 부럽... 아니에요.”

학과가 해산된 동안 시간강사들은 다른 학교에서 강의한다. 그렇게 깨끗하게 악습을 제거한 다음에 신입생을 다시 뽑고 군기 잡다가 과가 해산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악습이 자연발생하거나 어디에서 수입되면 또 학과를 해산하면 된다.

* 링크: [연합뉴스] “선배와 식사할 때 수저 먼저 들지마라”…대학가 젊은 꼰대들

( www.yna.co.kr/view/AKR20180316113900797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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