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4

땅콩밭의 고양이



고구마밭에 있는 고구마를 다 캐야 어머니가 친구들하고 단풍 구경 간다고 해서, 나도 며칠째 고구마를 캐고 있다. 곧 예순이 되는 어머니가 혼자서 고구마를 캐다 골병 들까봐 같이 고구마를 캐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골병들 것 같다. 삽으로 고구마를 캐느라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밤고구마와 달리 호박고구마는 흉악한 놈이다. 자라라고 만든 두둑에서 안 자라고 이상한 곳에서 자란다. 하도 깊숙한 곳에서 자라다 보니 삽으로 캐다 보면 색깔이 다른 흙이 나온다. 그런데 밤고구마나 호박고구마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똑같다. 고구마 캐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어머니는 욕을 하며 고구마를 캔다. “호박고구마가 비싸긴, 이걸 캐보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라고 해.”

고구마를 캐기 전에 땅콩을 먼저 캤다. 땅콩을 막 캐려고 할 때 고양이 두 마리가 다가왔다. <콩쥐팥쥐>에서처럼 동물들이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건가? 아니다. 고양이는 천성이 게으른 동물이다. 친엄마가 시키는 일이든 새엄마가 시키는 일이든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고양이들은 내가 힘들든 말든 알 바가 아니다. 땅콩 사이에서 뛰고 장난치고 숨바꼭질을 했다.






일하는 데 전혀 도움은 안 되지만 그래도 고양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고양이들을 고구마밭에 데려가고 싶었다. 화천이 새끼들한테 고구마밭으로 가자고 했는데 새끼들은 들은 체도 않고 집에 들어갔다. 하여간 고양이는 사람 말을 참 안 듣는다.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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