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2

아리스토텔레스의 팩트 폭력



이와다 도모노리는 『풀어쓴 수학이야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사람이 어느 한 면에서 상당히 멍청하더라도 다른 한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히포크라테스는 기하학 쪽에서는 훌륭한 솜씨를 발휘했다.” - 아리스토텔레스 (9쪽)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는 말이 꼭 『국가』에서 소크라테스가 트라시마코스한테 빈정거리던 것과 비슷해 보여서 출처를 찾아보았다. 나는 나중에 『고전에서 배우는 빈정거리는 기술』 같은 책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다가 빈정거리는 말이 나오면 출처와 원문을 적어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는 말은 『에우데모스 윤리학』 8권에 나온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아리스토텔레스는 히포크라테스를 빈정거리려고 그런 말을 했던 것이 아니라 슬기와 덕 이외에 운에 의해 번영하는 경우를 논하다가 히포크라테스의 예를 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운 좋은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어리석은데도 우연이 지배하는 경우에 많은 것을 성취한다. [...] 예컨대 히포크라테스는 기하학자였지만 다른 일에 관해서는 멍청하고 어리석다고 여겨졌으며 (어리숙함 때문에) 항해 중에 비잔티움의 세관들에게 속아서 많은 돈을 잃었다고 한다.” (『에우데모스 윤리학』, 8권 1247a)

여기서 히포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할 때 나오는 히포크라테스와 다른 사람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히포크라테스는 코스의 히포크라테스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히포크라테스는 키오스의 히포크라테스다.

* 참고 문헌

이와다 도모노리, 『풀어쓴 수학이야기』, 백영기 외 옮김 (사닥다리, 1994).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에우데모스 윤리학』, 송유레 옮김 (한길사, 2012).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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