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7

무작정 책 많이 읽는 것은 시간낭비다 - 『전원책의 신군주론』

     

전원책 변호사가 한양대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유튜브에 공개한 강의라서 나도 봤다.
 
강연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왜 요즘 학생들은 책을 안 읽느냐고 호통 치며(물론 전원책 변호사는 항상 호통 친다), 매일 한 권씩 10년 동안 읽으면 4년에 한 번씩 366일이 되어서 3652권을 읽는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 본인은 30년 동안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런데 30년 동안 매일 책 한 권씩 읽은 사람의 강연 치고는 별 다른 내용이 없었다. 자기 주장을 말하고 적절한 근거가 안 되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책 많이 읽으라고 할 뿐이었다. 가령, 좌파가 어떤 사람들인지 말하겠다며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사생활이 어쨌다더라 하는 시시한 이야기나 늘어놓은 뒤 가족은 우파의 가치지 좌파의 가치가 아니라고 말하는 식이다. 강연 내내 그랬다. 전원책 변호사가 제시하는 단편적인 사례들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그래서 그러한 사례들이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함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강연 내내 한 말은 공허한 말이거나 그냥 틀린 것일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 강연에서만 그런 건 아니다. 방송이든 토론이든 전원책 변호사가 하는 말은 거의 다 ‘주장 → 주장과 무관한 사례 → 이상한 도식이나 성급한 일반화 → 호통’으로 구성된다. 30년 동안 매일 책 한 권씩 읽는데 왜 그러는 것인가? 어쩌면 전원책 변호사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독서를 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0년 동안 읽은 책이 3천 권이 넘고 그 책이 죄다 고전이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일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가 크립키 급의 천재이거나 어느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후자라면 희미한 이미지와 파편적인 기억만 남을 것이다. 대충 아무 말이나 해서 읽은 티를 낼 수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추론이나 통찰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러한 나의 심증을 뒷받침 하는 책이 『전원책의 신군주론』이다. 책 표지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허구를 꿰뚫는 통찰”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사실 그 책에 그런 통찰은 없다. 일종의 허위과장 광고인 셈이다. 책 많이 읽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보고 한국 정치에 대해 써보라고 해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
   
책 안 읽는 자식보고 “옆집 누구는 이번 방학 때 책을 몇 권 읽었는데...”로 시작하는 압박을 가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무작정 책 많이 읽는 건 미덕이 아니다. 주마간산 식으로 책 읽는 건 인생을 허비하는 일일 수도 있다. 능력에 맞게 적당한 책을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몇 주 전에 『전원책의 신군주론』을 온라인 교보문고를 통해 팔았다. 8,900원에 사서 13,000원에 팔았는데 교보문고에서 수수료 10%를 가져가서 11,700원이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 책이 팔려서 참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이지성도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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