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하러 가려고 마을버스에 탔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중간에 있는 정류장에서 할아버지 한 무리가 탔다. 주말이었다면 교수회관에서 하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인가보다 하겠는데, 평일이라 결혼식 하객도 아니었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죄다 역사 이야기였다. 학교에서 역사덕후 동호회 모임을 했나? 그 할아버지들이 학교에서 무슨 행사를 했는데 어버이연합 같은 데서 와서 훼방을 놓았다고 했다.
- 할아버지(1): “참 나, 가만히 있다가 좌파 됐네. 그 사람들 말은 학계에서 반 이상은 좌파라는 거잖아?”
- 할아버지(2): “우리 중에 좌파가 어디 있어?”
- 할아버지(3): “차라리 잘 됐어. 가만히 있으면 사학과가 없어질 판이었는데 이번에 동정여론이 불잖아.”
과외 끝나고 연구실에 돌아와 신문기사를 보고 알았다. 오늘 학교에서 열린 행사는 <전국역사학대회>였고 그 할아버지들은 사학과 교수였다. 그 할아버지들은 자기들을 좌파라고 부르는 것을 상당히 불쾌해했는데, 연합뉴스는 그들이 속한 학회를 “진보 역사학회”라고 불렀다.
전국역사학대회는 한국 역사학계 최대 행사라고 한다.
* 링크: [연합뉴스] 28개 진보 역사학회 '국정화 반대' 성명.. 보수단체 반발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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