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때 짬뽕을 먹으러 어머니와 옆 동네 중국집에 가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의 전화였다. 직원은 내가 ◯◯리 456-1 경계 측량을 했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직원은 민원인과 해당 토지 소유자가 다른데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었다. 나는 ◯◯리 456-1에 있는 주택이 한국농어촌공사 토지만 침범한 것이 아니라 우리집 농지도 침범해서 옆집에서 456-1 경계 측량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직원은 민원 답변하기 전에 현장 방문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후 3시 30분에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옆집은 우리집 농지만 침범한 것이 아니라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토지도 침범했다. 나는 이 문제로 작년부터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동안 공사에서는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나는 지난번에 보낸 민원에서, 그동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를 민원번호 별로 모두 정리한 뒤 2월 20일(목)에 456-1 측량을 하니 일할 의사가 있으면 현장에 나오라고 적었다. 그러자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정말로 현장에 나오기로 했다.
현장에 도착한 직원은 ◯◯리 456-1의 경계가 표시된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나와 함께 집 주변을 빙 돌면서 측량용 말뚝의 위치를 확인했다. 말뚝의 위치를 다 확인한 뒤 직원은 다행이라면서 웃었다. 공사 소유 토지에 건물이 들어갔을까 봐 걱정했는데 별로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나만 나쁜 놈으로 오인할 것 같아서 옆집 것들이 어떤 놈들인지 빠르게 설명했다.
나는 동네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공사 소유 토지에 시멘트 포장 농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직원은 그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구거에는 크게 개거와 암거가 있다. 개거는 위가 뚫린 수로 같은 것이고, 암거는 땅에 묻힌 것이다. 도로 옆으로 개거를 설치하는 경우는 많지만, 암거 위로 도로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청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원래 구거 위에 농로가 만들어질 것이었는데 옆집 둘째 딸의 아버지인 병◯가 집을 지으며 깔고 앉아서 농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의 말을 들으니, 그건 또 아니었다. 혹시 병◯놈이 농로가 만들어질 곳을 깔고 앉아서 도로를 못 만든 것이 아니라, 해당 토지에는 농로가 만들어질 수 없음을 처음부터 알고 동네 사람들을 속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직원은 옆집 둘째 딸과 지난주에 한 번 연락하고 이번 주에 한 번 더 연락했다고 한다. 둘째 딸이 공사소유 토지 구매 의사를 밝히자, 직원은 해당 토지는 용도폐기할 수 없으므로 둘째 딸이 구입할 수 없음을 전달했다고 한다. 해당 토지 밑으로는 암거가 묻혀 있어서 공사자산 용도폐기가 불가하다. 해당 토지를 사용하려면 매년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러자 둘째 딸은 자기 아버지가 예전에 공사와 협의했기 때문에 그 땅을 쓰게 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그에 대해 직원은 자기는 그런 것을 전달받은 바는 없고 점유한 공사 소유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한국농어촌공사 필지 두 곳의 경계 측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옆집은 30년 가까이 무단 점유했지만 규정상 현재로부터 5년 전까지만 임대료를 추징할 수 있다.
직원은 작년부터 민원이 들어와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한 사람이 열한 곳을 담당하다 보니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리 단위나 읍・면 단위로 열한 곳이 아니라 시・군 단위로 열한 곳이다. 여러 공사가 통합되어 20년 전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출범할 당시 직원이 12,000명이었으나, 현재는 6,000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면적에 비례해서 직원을 배치해서 수도권은 일이 많다고 한다. 전남 나주 같은 곳에 들어오는 민원은 주로 논에 물이 안 들어온다는 것이나 물이 안 빠진다는 것인데, 수도권 중에서도 특히 도시화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민원 자체도 많은 데다, 재산권 침해 관련 문제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민원도 많다고 한다. 특히 현장에 능선 같은 것이 있으면 하루에 한 군데밖에 못 간다고 한다. 1년에 민원이 300개 이상 들어온다니 업무가 과중하기는 한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지난 몇 년 동안 공무원하고 가끔씩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만난 공무원들은 다들 업무가 많았고 퇴근도 제시간에 못 하기도 했다. 사유지에 묻힌 흄관을 행정명령으로 파낼 때는 밤 9시 넘어서 담당 주무관에게서 시청 전화번호로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 시간까지 시청에서 퇴근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넣은 민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충 쳐놀고 월급받는 공무원들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공무원들은 다들 일이 많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공무원 조직이 방만하다, 비대하다는 이야기가 가끔씩 언론에 나오는데, 내가 만난 공무원들은 다들 바쁘고 힘들어 보였다.
직원은 공사 자산을 찾아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공사에 그렇게 일이 많은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내가 지난번 민원 답변 만족도 조사에서는 ‘나쁨’을 눌렀는데 이번에는 ‘매우 만족’을 누르겠다고 하자, 직원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웃으면서 악수하고 헤어졌다.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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