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nedict Anderson (1983), Imagined Communities: Reflections on the Origin and Spread of Nationalism
베네딕트 앤더슨, 「3장. 민족의식의 기원」, 『상상된 공동체: 민족주의의 기원과 보급에 대한 고찰』, 서지원 옮김 (길, 2018). ]
인쇄업이 발달하기 이전, 유럽은 물론 세계의 모든 곳에서, 구어는 매우 다양했음.
인쇄자본주의가 각각의 구어 지방어 시장을 개척하려 했다면 자본주의는 소규모 자본주의로 남았을 것.
그러나 다양한 개별언어들은 일정한 한계 안에 훨씬 적은 수의 활자어로 조립될 수 있었음.
어음(語音)에 대한 기호체계의 임의성이 조립과정을 용이하게 했음.
문법과 구문론이 부과한 한계 안에서, 시장을 통해 살포 가능하고 기계적으로 재생산된 인쇄어를 창조한 자본주의는 서로 연관된 다양한 지방어들을 집합하는 데 크게 공헌함.
활자어는 세 가지 특별한 방식으로 민족주의 의식을 위한 기초를 놓았음.
첫째, 활자어는 라틴어 밑에, 그리고 구어 지방어 위에 교환과 커뮤니케이션의 통일된 장을 만들었음.
대화가 어렵거나 심지어는 불가능했던 매우 다양한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쇄물과 신문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됨.
그 과정에서 그들은 점차 자기들의 언어의 장에 있는 수십만, 심지어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고, 동시에 그들 수십만 또는 수백만이 같은 언어권에 속함을 알게 됨.
인쇄물을 통하여 연결된 동료 독자들은 세속적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특정의 민족으로 상상된 공동체의 싹을 형성함.
둘째, 인쇄자본주의는 언어에 새로운 고정성을 부여했음.
이는 장기적으로 민족이란 주관적 개념에 고대성의 이미지를 심는 데 도움을 줌.
인쇄된 책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거의 무한한 재생산이 가능하면서 영구적인 형태를 간직함.
그것은 더 이상 개인화하고 ‘무의식적으로 근대화하는’ 사원의 사본 필경자의 습관의 영향을 받지 않음.
12세기의 프랑스어는 15세기에 빌론이 쓴 프랑스어와 현격하게 달랐지만 변화의 속도는 16세기에 결정적으로 완화됨.
17세기까지 유럽에서의 언어는 일반적으로 근대적 형태를 갖춤.
3세기 동안 안정된 활자어는 확고히 뿌리를 내렸음.
(15세기 사람인) 빌론이 12세기 조상들의 말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으나 우리가 17세기 우리 조상들의 말에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게 됨.
셋째, 인쇄자본주의는 옛 행정 지방어와는 다른 종류의 세력어를 창조했음.
어느 방언들은 불가피하게 어떤 활자어와 더 가까웠으며 활자어의 최종적인 형태를 지배했음.
그렇지 못한 말들은 활자어에 동화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인쇄 형태를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잃었음.
북서독일어는 보헤미안들이 말하는 체커어와는 달리 독일 활자어에 동화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하위 표준어인 저지 독일어(Platt Deuctch)가 됨.
활자어들의 고정화와 그들 중의 지위 분화는 그 기원에 있어서 자본주의, 기술, 그리고 인간 언어의 다양성 간의 폭발적 상호작용에서 나온 대체로 무의식적인 과정이었음.
그러나 민족주의 역사의 다른 많은 것들처럼 일단 ‘거기에’ 있자 그들은 모방되고 [...] 공식적 모형이 될 수 있었음.
우리는 인간 언어의 숙명적 다양성 위에 자본주의와 인쇄술이 수렴됨으로써 그 기본 형태에 있어 근대 민족을 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상의 공동체가 형성될 가능성을 창조했음.
이 공동체들의 잠재적 영역은 본래적으로 제한되고 동시에 현존하는 정체적 경계들과 아주 우연적인 관계들만 가졌음.
(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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