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친구 중에 개신교 광신도 아주머니가 있다. 여느 광신도들이 그러하듯 그 아주머니도 단체카톡방에 말도 안 되는 글을 가끔씩 올리는데, 오늘은 어머니가 다른 때보다 더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무슨 병신 같은 글을 올리고 있냐고 하려다가 참았다”고 하시니 말이다.
그 아주머니가 올린 <칸트의 양심>이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칸트가 도덕 법칙을 강조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말을 타고 산길을 지날 때였다. 강도들이 그에게 가진 것을 빼앗은 뒤 물었다.
“숨긴 것이 더 없느냐?”
“없습니다.”
“그럼 이제 가거라.”
물건을 모두 빼앗은 강도들은 그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칸트의 아버지는 바지춤에 몰래 숨겨둔 금 덩어리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강도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숨긴 게 없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이 금덩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받으십시오.”
그 말에 강도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강도는 빼앗은 물건들을 돌려주면서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리고 배나무에 배가 열리는 법이다. 정직한 아버지에게서 양심의 횃불을 밝힌 위대한 철학자가 태어날 수 있었다.
칸트 아버지의 일화라고 하는 이야기가 실화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집 아들이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살다 죽은 거예요.”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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