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4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에 관한 사고 실험



대학원 선배가 나에게 사고 실험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고 실험 관련 논문을 정리한 것으로 아는데 그 자료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과학철학 대학원생 세 명이 같이 그 선생님의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한 것은 포퍼의 세계3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고 사고 실험에 관한 것은 다른 대학원생이 한 것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이 작성한 파일을 나도 가지고 있었다. 선배와 그 대학원생의 관계나 두 사람의 성품 등을 고려한다면 그 대학원생이 대학원 선배의 요청을 받았을 때 자료를 건넬 확률은 1에 가깝다고 판단하여 나는 그 선배에게 해당 자료를 전달했다. 선배는 그 대학원생에게 밥을 사야겠다고 하며 농담으로 나한테는 삼각김밥 정도만 사주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선배에게서 삼각김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이 떠올랐다.

- 시나리오1: 동료 대학원생이 작성한 자료를 내가 선배에게 대신 전달했고, 동료 대학원생은 지금도 해당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음.

- 시나리오2: 동료 대학원생이 작성한 자료를 내가 선배에게 대신 전달했으나, 동료 대학원생은 그 자료를 오래 전에 잃어버렸고 해당 내용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음.

시나리오1에서 선배가 나에게 정말로 삼각김밥만 사주는 것이 그렇게까지 부당한 것 같지는 않지만, 시나리오2에서도 삼각김밥만 사준다면 뭔가 부당한 것 같다. 부당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차피 자료는 동료 대학원생이 다 만들었고 나는 보관만 하고 있으며 전달 경로도 두 시나리오에서 동일하다. 그런데 왜 내가 받을 만한 보상이 시나리오1과 시나리오2에서 다른 것처럼 보이는가?

사고 실험의 규모를 약간 키워보자. 유네스코에서 강릉 단오제를 인류유산으로 등록한 것을 두고, 일부 중국인들은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한다. 단오는 중국에서 기원한 것인데 왜 한국에서 자기네 것처럼 다루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 시나리오3: 중국에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서 깊은 중국 단오제를 잘 보존하고 있고, 한국에는 중국 단오제의 유사품인 강릉 단오제가 있음.

- 시나리오4: 중국에서 문화대지랄 때 중국 단오제를 흔적도 없이 파괴해 버렸고, 한국에는 과거에 있었던 중국 단오제의 유사품인 강릉 단오제가 있음.

(나는 강릉 단오제가 어떤 것인지, 중국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잘 모르고, 편의상 강릉 단오제를 중국 단오제의 유사품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것을 잘 만들면 정부 사업을 따낼 수도 있지 않을까?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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