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6

[역사학의 철학] Walsh (1951), Ch 1 “What is Philosophy of History?” 요약 정리 (미완성)



[ W. H. Walsh (1951), An Introduction to Philosophy of History (Hutchinson’s University Library).

W.H. 월쉬, 「제1장. 역사철학이란 무엇인가?」, 『역사철학』, 김정선 옮김 (서광사, 1989). ]

1. 이 주제에 대한 현재의 의혹

p.13

역사철학은 자연과학에 대한 철학과 같은 인정을 못 받고 있음.

영국에서 역사 연구는 200년 동안 활발하게 수행되었으나, 역사철학은 근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음.

p.14

그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에서의 철학 사상의 일반적인 정위(定位)에 있음.

근세 서구 철학은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반에 이룩한 수리 물리학의 비상한 발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됨.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시대부터 칸트의 시대까지 대부분의 주요한 사상가들은 수리 물리학의 수학적 측면을 강조하거나 물리학에서의 관찰과 실험이 기초라고 함.

이렇듯 두 파로 갈라졌지만 이들은 사실상 물리학과 수학이 진정한 지식의 유일한 보고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는 견해가 같았음.

이런 것을 감안해도 독일, 이탈리아와 다르게 영국에서는 역사 철학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

그 해답은 영국적 정신과 기질의 중요한 몇 가지 특성에 있다고 생각함.

영국의 사상가들에게 형이상학은 경험에 관한 어떤 전면적인 해석을 고안하거나 모든 것을 포괄하는 단 하나의 체계로 모든 사물을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이해됨.

그래서 형이상학은 일반적으로 회의와 불신의 대상이 되어왔음.

역사철학은 전통적으로 형이상학의 문제라고 생각해왔음.

p.16

헤르더의 <인류 역사 철학 시론> 제1부가 간행된 1784년부터 헤겔의 유고인 <역사 철학 강의>가 출판된 1837년까지의 시기기 역사철학이 독립된 주제로서 처음 인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임.

이 시기 역사철학은 형이상학적 사변의 문제라고 생각했음.

이 연구의 목적은 역사 전체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었음.

역사를 어떠한 전면적인 계획을 구현하는 하나의 통일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그 목적이 있었음.

헤겔 같은 경우, 그러한 통찰의 기초는 역사적 증거물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가 아니라 순수한 철학적 고찰이었음.

p.17

이 모든 것은 영국의 지성이 꺼리는 일이었음.

당시 독일의 형이상학자들을 악명 높게 만들었던 것은 자연철학임.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을 이해하는 데 경험적 탐구 대신 “사변적”으로 다루려고 했음.

이러한 자연철학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역사철학으로 옮겨, 역사철학도 자연철학자들이 그들 분야에서 시도하는 것을 역사의 영역에서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독일의 딜타이와 리케르트, 이탈리아의 크로체 등은, 역사를 자연과학이 제공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에 비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식의 한 형태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사실을 중심으로 그들의 체계를 수립했음.

그러나 영국의 관념론에는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없었음.

2. 비판적 역사철학과 사변적 역사철학

p.19

“역사”라는 말 자체는 애매한 말임.

이 말은 (1)과거의 인간 행위의 총체와 (2)그것에 관하여 현재 우리가 구성하는 이야기나 설명을 포괄함.

이러한 애매성 때문에 역사철학에는 두 가지 가능한 분야가 동시에 성립됨.

하나는 역사적 사건의 실제적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적 사유의 과정에 이르는 수단을 문제 삼는 것임.

p.21

과학적 사유가 두 가지 가능한 연구 분야(과학적 연구 활동 그 자체와 관계되는 분야와 과학의 대상과 관계되는 또 한 분야)가 있는 것처럼 역사적 사유도 그러함.

“역사철학”은 사변적 부문과 분석적 부문을 모두 포함하며 이중 사변적 부문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도 분석적 부문을 옹호할 수밖에 없음.

3. 비판적 역사 철학

비판적 역사철학에는 네 가지 중요한 문제군이 있음.

(1) 역사와 그 밖의 다른 지식 형태

첫 번째 문제군은 역사적 사유의 본성에 관한 문제들임.

역사란 무엇이며 다른 학문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역사적 지식은 ‘그 자체가 고유한’(sui generis) 것인가 아닌가?

다시 말해 역사적 지식은 다른 형태의 지식(예를 들면 자연 과학이 추구하는 지식이나 지각적 지식)과 그 성격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p.22

역사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역사를 지각적 지식과 대등한 것으로 보는 견해임.

이에 따르면 지각의 본질적 임무는 현재의 개별적인 사실들을 발견하는 것임.

또한 지각의 소여(所與)가 자연과학자에게 연구 소재가 되는 것처럼 역사가의 소여는 사회과학자에게 소여를 제공한다는 것임.

그러나 이러한 역할 분담은 실제 역사 연구에서 실패함.

역사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려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려 함.

역사는 과거 사건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건이 함께 연관 지어지는 것에 대한 설명임.

이처럼 사건들이 서로 연관된다는 것은 역사적 사유의 본성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에 가능한 대답은, 역사가가 역사적 사실들을 연관시키는 방법은 자연과학자가 자연과학적 사실들을 연관시키는 방법(사실들을 일반 법칙의 예시로 보는 것)과 같다는 것임.

“A유형의 상황은 B유형의 상황을 일으킨다”고 하는 일반화의 유형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하고자 함.

이는 19세기 실증주의자들의 이론의 배후에 있었던 신념임.

이들은 자신의 법칙처럼 역사의 법칙이 있으며, 역사가는 이러한 법칙을 밝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했음.

그러나 실제로 역사가들은 이러한 계획과 상관없이 개개 사건들의 상세한 진행 과정에 주의를 기울였음.

이는 역사가 과학적 사유로 환원될 수 없는 그 자체의 사유 형태일 수 있음을 암시함.

(2) 역사에 있어서의 진리와 사실

이 문제는 인식론에서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것이지만, 역사의 영역과 관련하여 고찰할 때는 어떤 특별한 특징을 가지게 됨.

우리가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역사가의 진술이 참이거나 거짓이라고 말할 때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역사가 기술하는 것은 과거의 사실임.

그런데 과거의 사실들은 직접 조사할 수 없음.

그 진술들을 검사하는 방법은 현재에 남은 과거의 흔적(문서, 건물, 주화, 제도, 회의록 등)이다. 이런 것들을 근거로 하여 역사를 재구성함.

p.24

현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과거의 흔적들은 외관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고 확실성도 없음.

콜링우드가 말했듯이, 진정한 역사를 기계적인 편집 업무처럼 생각할 수는 없음.

p.25

역사가는 그의 모든 진술을 유효한 증거에 의거해야 할 뿐 아니라, 어떤 증거가 유효한가를 결정해야 함.

사료는 역사적 판단의 진리성을 검사할 때 의거할 수 있는 최종 자료가 아님.

여기서 역사에 있어서의 사실과 진리에 관한 문제가 다시 시작됨.

(3) 역사적 객관성

역사적 객관성 개념이 야기하는 난점은 명백하게 양립할 수 없는 다음 주 주장에 잘 드러남.

(i) 훌륭한 역사가는 자신의 역구에 어떤 종류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정함. 과거를 재구성하는 데 자신의 감정과 개인의 편견의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함.

(ii) 역사가들 사이의 견해차는 흔히 있는 일이며, 분명히 모순된 다수의 해석들이 존재함.

p.21

이러한 상황을 두고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설명한다.

방식(1): 역사가들은 주관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받지 않을 수도 있음.

공평한 역사는 불가능함.

역사적 논쟁은 근본적으로 참과 거짓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관한 것이고, 따라서 기본적인 역사적 판단은 인식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것임.

이때 역사가 과학적 연구라는 주장은 손상됨.

방식(2): 역사가들이 객관적 진리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이 객관적 진리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님.

이는 19세기 실증주의자들의 입장임.

객관적 역사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객관적 연구에 기초해야 한다는 입장.

p.28

방식(3): 역사적 객관성 개념은 과학적 객관성의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그 차이는 비-개인적인 사유라는 과학적 이성은 분명하게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서 드러남.

역사가의 저작은 예술가의 작품처럼 어떤 의미에서 그의 인격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음.

(4) 역사에 있어서의 설명

p.29

이는 역사적 설명의 본성에 관한 문제임.

역사에서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뿐만 아니라 그 이유도 이해하는데, 이때 물어야 할 것은 역사에는 “이유”의 어떤 종류가 포함되어 있느냐는 점임.

이 물음에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설명의 개념이 자연과학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고찰하는 것임.

자연과학자들은 제일성의 체계를 수립하여 자기들이 검토하는 어떠한 상황이건 설명하기를 원함.

이러한 처리 과정의 주요한 특색은

① 특수한 사건들을 일반적 법칙의 사례들로 전환함.

② 고찰되는 현상의 와건 밖에는 그 어떠한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음(과학자는 현상의 배후의 목적을 드러낸다고 공언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사철학의 관해서는 역사적 미래는 이처럼 추상적인 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구체적이라고 주장해 왔음.

p.30

역사가들은 과학자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반화를 사용하지는 않음.

어떤 특수한 사건을 설명하려고 하면, 역사가들은 그 사건과 그 사건이 내적으로 관계를 맺는 다른 사건들과의 연관 관계를 추적하는 일부터 시작함.

서로 다른 사건들은 단일한 과정(하나의 전체)을 형성한다고 간주되며, 각 사건들은 이 전체의 모든 부분들로서 특별히 밀접한 방식으로 이 전체 안에 속한다고 함.

p.31

이러한 과정을 “총괄”(colligation)의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역사적 설명의 본성을 탐구할 때 매우 중요함.

그러나 역사적 사유가 나름의 어떠한 특이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과학적 사유와 전적으로 다른 것은 아님.

사실상 역사가는 부단히 일반화를 이용함.

4. 사변적 역사철학

p.33

이러한 문제들은 두 개의 문제군으로 구분할 수 있음.

첫 번째 문제군에는 전통적 역사철학이 다루는 모든 형이상학적 문제들이 포함됨.

전통적인 역사 철학자들은, 역사철학의 과제는 역사적 사건들의 상세한 과정을 그 “진정한” 의의와 “본질적” 합리성이 드러나도록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음.

이는 전문적 역사가들과 반-형이상학적 철학자들 모두가 비난했지만, 이 문제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음.

두 번째 문제군은 마르크스주의와 관련된 것으로, 엄밀하게는 철학적인 문제는 아님.

맑스주의 역사철학은 역사의 진로를 보여주려고 하는 한 전통적인 역사철학에 가까움.

그러나 그 주요 목적은 역사적 해석과 역사적 인과법칙의 이론을 제시하려는 것임.

맑스주의가 말한 역사를 움직이는 주요 요인은 경제적인 것인데, 이는 자명한 진리가 아니라 경험적 가설을 정식화 하는 데 그칠 것이며, 역사철학보다는 역사학에 속함.

5. 이 책의 계획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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