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은 예년보다 추운 것 같다.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 지도교수님이 4월인데 춥다고 하셔서 나는 친척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했다. “올해 윤달이 끼어서 아직 음력 2월이라 춥다고 합니다.” 내 말에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동료 대학원생들이 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윤달이어서 춥다는 말은 윤달이 아니었다면 춥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인가?” 지도교수님의 물음에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윤달이 아니었다면? 그러면 윤달이 끼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데 그냥 윤달이라는 것과 춥다는 것밖에 모르겠는데……. 이렇게 접근하면 조금 이상한데……. 윤달이 끼면 봄에 추울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친척 할머니가 윤달이라서 춥게 되는 무슨 메커니즘을 아는 것도 아니고, 윤달이 낀 해의 봄마다 규칙적으로 추웠다고 해도 이상하고…….’
동료 대학원생이 말했다. “온도는 태양하고 관련이 있지 달하고 관련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이에 지도교수님이 말했다. “달의 중력이 조수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는데, 그게 기후에 영향을 주나?” 그러게, 왜 추운 거지?
어렸을 때부터 농사에는 음력이 더 적합하다는 말을 듣기만 했지 어떤 식으로 적합한지는 아무도 안 가르쳐주었는데 마흔을 앞두고 비교적 쌀쌀한 4월을 보내면서 음력과 농사가 어떤 식으로 관련이 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4월이라고 모종을 심었다가 날이 추워서 싹 죽어버리면 그 해 농사는 망하니까 농사 짓는 사람들은 음력을 따르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음력은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윤달은 어떤 식으로 끼워넣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이런 것을 어떻게 알고 만든 거지?
윤달이 끼면 다른 달보다 정말 더 추운가? 동양과학사 전공자에게 물어보아야겠다. 인력과 자료와 장치가 있으면, 과학고나 영재고를 지망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윤달 가지고 썰을 푸는 <청소년을 위한 역법 캠프> 같은 것도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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