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대학원생이 로또 4등인가에 당첨되어서 5만 원을 받았는데,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라고 한다. 나의 할아버지는 30년 넘게 매주 주택복권을 샀는데도 4등 이상 당첨된 적이 없으니 동료 대학원생의 경우를 신기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할아버지의 경우를 신기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동료 대학원생은 이번에 4등에 당첨되었을 때 첫 번째 4등 당첨 때와 달리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돈을 주고 샀고 같은 당첨금을 받았는데 왜 그때는 기분이 좋았고 이번에는 기분이 안 좋았을까? 그때는 자동으로 했고 이번에는 수동으로 했다고 한다. 지난 번에 횡재한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숫자 두 개만 더 맞추었으면 19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것 같았다고 동료 대학원생은 말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과연 내가 나와 관련된 요소들 중 실제로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얼마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느냐가 삶의 만족도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확장해보자면, 현대 한국인들의 불행은 내가 내 삶의 방향이나 성취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믿음과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다.
사회 구성원들의 타고난 능력에 따라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어차피 대부분은 능력이 없어서 그러한 기회를 살릴 수 없다.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왔자 결과가 별반 달라지지 않음을 사회 구성원들이 자각하게 해서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일종의 차선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지원, 더 공정한 절차, 더 정확한 평가로 사람들이 자기 상태를 냉철하게 파악하게 만드는 일종의 대국민 칠종칠금이 가능하다면, 삶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출산율도 높아질지 모르겠다.
(2023.04.2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