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7

민원 넣을 때의 마음가짐



옆집 공무원 며느리의 갑질 및 횡포를 제보한 나의 민원에 대하여 도청 감사관실에서 답변을 보냈다.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협박은 수사기관의 소관사항이니 박◯◯ 주무관이 민원인 등을 겁박(협박)한 것은 도청 감사관실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나) 해당 주무관의 시부모 및 배우자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그들이 민원인 등을 협박한 것은 도청 감사관실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다) 성토 공사 관련 및 다른 사람의 토지를 기부채납 하도록 유도한 것은, 해당 주무관의 배우자가 한 것이므로 도청 감사관실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일단 처음 민원을 보내면 이런 식으로 답변이 오게 되어 있으니 그리 실망할 일도 아니다.





민원을 넣는 것은 군대에서 의무반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아프다고 의무반에 가면 빨간약을 발라주거나 아무 약이나 먹이고 쫓아낸다. 왜 이렇게 하느냐? 의무반에는 병사가 진짜로 아픈지 가짜로 아픈지 확인할 장비나 인력이 없기 때문에 일단 쫓아낸 다음 다시 오는지 여부를 보고 해당 병사가 진짜로 아픈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래서 욕 먹고 쫓겨나더라도 여러 번 의무반에 가야 국군병원으로 갈 수 있다.(물론, 그렇게 해도 못 가는 경우도 있다.)

민원을 처음 보내는 사람들은 첫 민원에 온 힘을 쏟아 넣은 다음 시원치 않은 답변을 보고 상심하거나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민원을 보내는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 처음 보내는 민원 서류는 총론에 해당한다. 그 다음부터 보내는 민원이 각론이다. 첫 민원에서 틀을 잡고, 그 다음 민원부터 첫 민원에서 제시한 여러 쟁점 중 하나씩만 다루면서 답변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렇게 쟁점을 모두 다루게 되면 그동안 민원을 주고받으면서 얻어낸 정보가 쌓여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민원 서류를 재구성해서 다시 민원을 보낼 수 있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보내면 악성 민원인이 된다. 정보가 풍부해야 민원을 다채롭게 넣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민원인이 민원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감사관실 사람들은 개작두로 탐관오리의 모가지를 써는 판관 포청천이 아니다. 도청이나 시청에서 무언가를 거저 해줄 것이라고, 떠먹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눈에 보이는 행정 조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 개인이 변호사 등을 이용하여 자기 능력껏 문제를 해결하면서 민원을 병행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은 해당 관청에서 확인서를 받아내서 그걸 법원 등 다른 곳에서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단 일이 벌어지면, 일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은 개인 역량에 달려 있다. 민원은 거의 끝난 일을 행정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해당 부서를 옥죄거나 법원에 낼 증거자료를 만들기 위해 넣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는 곧바로 후속 민원을 넣는 것보다는 언론사에 제보하고 한 번 쉬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과 방송을 포함해서 30-40곳 정도에 제보하면 한두 곳 정도는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국적으로 별 일이 다 있는 데다, 서울에서 멀리 갈수록 황당함의 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정도 일 가지고 언론 보도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 번에 한 번 해봐서 이번은 제보를 더 잘 할 수 있다.

나는 이번 민원이 해결 여부를 떠나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뱀발

옆집의 성토 작업 때문에 집이 거의 파묻히게 된 아저씨에게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두 번째 성토 작업 때 그 집 아저씨가 길을 막고 흙을 파낼 것을 요구하자, 옆집 막내 아들은 아저씨 때문에 작업이 중단되어 손해가 났다며 3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했고, 이에 아저씨는 길을 열었다고 한다.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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