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5

주자학에 대한 안철수의 견해

     

안철수가 다산 선생 생가와 실학박물관에 다녀왔다고 한다. “200여 년 전 조선의 미래를 고민했던 다산 선생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고 한다. 뻑 하면 옛날 사람들한테 뭘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적인 인물이 어떤 대답을 해줄지, 그 인물이 그 당시 어떤 마음이었을지 묻는 것이다. 왜 묻는지 모르겠다. 다산 선생이 안철수를 만났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이 놈! 어디 감히 중인 주제에 임금이 되려 하느냐?” 당시 다산 선생의 마음이라고 해도 그야말로 조선시대 양반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고로 존천리하고 거인욕해야 하거늘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항산이 없어 항심이 없으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21세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게 무슨 도움이 되고 조언이 되겠나.

 

물론 안철수가 정말 다산 선생의 마음을 알고 싶다든지 지혜를 얻고 싶어서 다산 선생 생가와 실학박물관을 간 것은 아닐 것이다. 안철수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주자학의 굴레에 갇힌 비생산적인 논쟁이 정치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퇴행시켰습니다. [...] 87년 민주화 이후 오랜 시간 이념과 진영 논리가 정치를 지배하며 국론을 가르고 나라 전체를 퇴행시켜 왔습니다. [...] 가짜뉴스와 거짓 선동이 과학기술적 사실을 무력화시키는 사이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낙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조선이 낳은 최고의 천재였고, ‘거중기’를 만든 과학기술자였고, 세상을 바꿀 계획을 가슴에 품었던 다산 선생이었지만, 다산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 꿈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했고, 다산의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주자학의 굴레에 갇혀 쓸데없는 논쟁이나 하다가 나라 전체가 퇴행한 것이나 1987년 이후 이념 싸움이나 하다가 나라가 퇴행한 것이나 비슷하니까, 운동권 586들은 이제 좀 꺼지고 18세기의 다산 같은 사람이 정치에서 뜻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정치인은 누구인가? 누굽니까-!!!!! 누구겠는가. 그런 정치인이 안철수라는 것이겠지. 이희호 여사처럼 산 사람이 원하는 대답을 안 해주니까 이제는 죽은 사람을 붙잡고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려고 한다.

 

정말로 조선이 주자학 때문에 나라가 퇴행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지장이 있었는가? 내가 역사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는 세종대에 주자학 관련 서적도 중국에서 많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안다면, 누구라도 주자학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려 때 안향이 주자학을 들여왔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중국에서 뭘 많이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영락제 때 명에서 『사서대전(四書大全)』, 『오경대전(五經大全)』, 『성리대전(性理大全)』이 편찬되자, 세종은 명에 사신 보내면서 그것 좀 달라고 하고, 명에서는 안 준다고 하고, 주기는 주는데 찔끔찔끔 주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조선에 그러한 대전들이 약 100년에 걸쳐서 들어온다. 주자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데 왜 세종은 명에 주자학 서적 좀 보내달라고 했을까? 세종이 아직 주자학의 쓴맛을 못 봐서?

 

100년에 걸쳐서 전집들이 조선에 다 들어왔을 때 그 전집들을 하나씩 요약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퇴계 이황이다. 40대에 그렇게 마음먹고 20년 정도 요약을 열심히 하더니 조선성리학의 짱짱맨이 된다. 그런데 도산서원에 가면 퇴계 선생이 사용했다고 하는 개인용 혼천의가 있다. 왜 있는가? ‘격물치지 성의정심’이기 때문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이고 뭐고 간에 그 전에 성의정심 해야 하는데, 성의정심보다도 앞서는 것이 ‘격물치지’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다. 왕수인이 격물치지 하겠다고 며칠 동안 대나무를 뚫어지게 보다가 병이 나는 내용이 『전습록』에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겠다고 대나무를 본 것이다. 쳐다보지 말고 성분분석 같은 것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하여간 이상하지 않은가? 주자학을 하는데 왜 과학기술이 망하나?

 

안철수는 그렇게 과학기술 같은 소리를 해놓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함몰돼 냄비에서 천천히 삶아지는 개구리의 운명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실용과 과학기술의 정신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대전환을 이룰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도대체 그 놈의 개구리 타령은 언제까지 계속 되는 건지 모르겠다. 경영팔이 강사들이 개구리 삶은 소리나 하면서 기업을 돌아다녀도 먹고 산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공계 출신 정치인도 그에 편승해서 개구리 타령 하는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다.

 

개구리가 온도 변화에 둔감해서 냄비가 빨리 끓으면 튀어나오지만 천천히 끓으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죽는 줄도 모르고 죽는다고 치자. 그러면 개구리들은 왜 겨울잠 자러 땅 속으로 들어가는가? 자연에서의 기온 변화는 냄비 물의 온도 변화보다 훨씬 적을 텐데, 왜 개구리들은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다가 땅바닥에서 얼어 죽지 않고 왜 땅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가? 개구리들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주자학자들도 이 정도 추론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냄비에서 천천히 삶아지는 개구리 같은 비-과학적인 소리를 하는 것부터 이념과 진영 논리에 함몰된 것인데, 한국이 이념 논쟁이나 하면서 망하고 있다고 말하니, 이건 도대체 무슨 이념에 함몰되어 그러는 것인가?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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