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6

마인드 업로딩 기술을 개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마인드 업로딩으로 인류가 영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것이 원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떡밥에 뻥쟁이들이 꼬여드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내가 아는 어떤 뻥쟁이는 융합 뭐시기 강연 같은 데서 마인드 업로딩으로만 40분 넘게 뻥을 친 적이 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렇지, 저 정도는 해야 사기꾼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40분 동안의 강연에서 강연자가 사실에 근거하여 말한 것은 “어느 대학의 아무개 교수입니다”와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고 했는데 기술적인 것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그건 잘 모르겠고”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감명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마인드 업로딩을 하는데 어떻게 영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내 몸에 뇌가 달려 있고 뇌에 있는 정보를 업로딩해서 새로운 몸에 다운로드했다고 하자. 그렇게 내가 두 명이 되었다고 치자. 마인드 다운로딩 해서 만들어진 애들이 일시적으로 나와 동일한 뇌 상태를 가지든 말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가? 걔들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고 환락을 즐긴다고 한들, 그건 걔네가 좋은 것이지 내가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걔네들하고 나하고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것처럼 뭐가 연결이라도 되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걔네가 좋아봤자 걔네만 좋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마인드 업로딩 같은 것을 뭐 하러 하는가?

설정을 바꾸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내가 희귀병에 걸렸고 내 뇌에 있는 모든 정보를 추출해서 새로운 인공 신체에 달려 있는 인공 뇌에 옮겼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내가 다시 건강한 신체에서 살게 된 것인가? 아니다. 그냥 나 같은 놈이 하나 더 생긴 것뿐이다. 걔가 맥주를 마시면 걔가 상쾌함을 느끼지 나는 하나도 안 좋을 것이 없다. 마인드 업로딩/다운로딩을 해서 새로운 나를 만들면서 동시에 희귀병에 걸린 나를 폐기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며칠 더 살 수도 있었는데 고통 경감 차원에서 죽은 것이고 나하고 똑같은 것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나와 복제된 어떤 것이 나와 동일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 눈에나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개인의 영생과는 무관하게 오직 인류를 위해서 마인드 업로딩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는 있겠다. 한 무제 때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있었다면, 사마천은 마인드 업로딩을 하고 궁형 대신 사형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건 인류의 지성을 선도하는 사람들이나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이지, 나처럼 머릿속에 든 게 똥밖에 없는 사람들은 굳이 업로딩까지 해서 보존할 필요가 없다. 똥 화석이면 모를까 왜 굳이 돈을 들여가며 똥을 보존하는가? 탄소 배출량만 헛되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다. 마인드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면 업로드한 것을 분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각 개인들의 온갖 추악하고 추접한 생각이 모두 다 드러날 것이다. 머릿속에 똥밖에 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추악하고 추접스러운 똥이라는 것이 드러난다고 생각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차피 마인드 업로딩 해봐야 영생도 못할 건데, 그런 식으로 개인의 명예와 인간의 존엄성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도대체 마인드 업로딩 같은 것을 왜 해야 하나?

이렇게 본다면, 마인드 업로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개인에게나 인류 전체에게나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도대체 뭐 하러 돈을 들여가며 마인드 업로딩 같은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는 것인가?

마인드 업로딩 옹호자들 중에 유행에 따라 주제만 바꾸는 뻥쟁이도 있겠지만, 전문적인 철학자도 있을 것이다. 업로드 되기 전의 사람과 업로드된 후의 사람 사이에 어떠한 연속성이 있다고 보니까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일 텐데, 어떤 근거로 그러한 연속성이 있다고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마인드 업로딩을 옹호하는 전문 철학자들은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 주장을 하는지 논문을 살펴보아야겠다.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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