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0

꼰대 혐오의 유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멘토를 떠받들고 앞뒤 안 가리고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 호구들의 표지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나이든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면 덮어놓고 꼰대라고 욕하는 것이 젊은 사람의 특권 비슷한 것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누군가가 바람만 잡으면 호구들이 그에 동조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가설은 멘토 열풍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로 꼰대 욕하기가 유행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충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피로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피로감의 원천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대략 세 가지 정도 될 것이다. 첫 번째는 멘토라고 불리거나 멘토를 자처하는 놈들이 너무 많이 튀어나왔다는 점, 두 번째는 멘토들의 조언이라는 것이 처음 들었을 때는 감수성 독특한 호구들을 홀릴 만했지만 애초부터 내용 없는 것이어서 몇 년 우려먹으니 호구들조차 더 이상 그러한 조언에 매력을 못 느끼게 되었다는 점, 마지막 세 번째는 멘토들 중 일부가 이중인격자에 위선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멘토 열풍 반작용설은 두 가지 약점이 있다. 하나는 여전히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멘토들에게 매력을 더 이상 못 느낀다고 해도 그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주변의 노인네들에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럴 듯한 가설은, 멘토 열풍을 타고 누군가의 멘토가 될 만한 자격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까지 멘토 역할을 자처하면서 잔소리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동시에 젊은 사람들이 멘토들의 사탕발림에 익숙해져서 선배나 어른들의 잔소리에 버틸 수 있는 내구력도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멘토 열풍에 자극받은 나이 든 사람들이 이전의 용인된 수준을 넘어서는 양과 강도로 조언(이라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잔소리)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젊은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 역치를 넘어서게 되었을 가능성이다. 원래 아이나 어른이나 언론에 뭐가 나오면 따라하게 되어 있다. 철없는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을 따라하는 것이나, 철없는 어른들이 유명인사들을 따라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겠는가.


두 번째는 멘토 열풍에 자극받은 젊은 사람들의 잔소리 내구력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다. 멘토 열풍 이전에는 선배나 어른의 잔소리에 대한 비교대상은 또 다른 잔소리뿐이었을 텐데 멘토 열풍 이후에는 그러한 잔소리의 비교대상이 멘토들의 입 발린 소리가 되었을 것이다. 언론에 나오는 멘토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사기술이 뛰어나서 호구들이 돈을 갖다 바칠 맛이 나지만, 그냥 나이만 많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기꾼들이 풍기는 아우라가 없기 때문에 설사 맞는 말이라고 해도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의 잔소리 내구력이 약화되어 동일한 수준의 잔소리를 들어도 더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게 되었을 수 있다.


내 가설을 입증하려면 특정 연령대 또는 일정 기간의 근속연수를 채운 사람들이 멘토 열풍 이후에 쓸데없는 말을 그 이전보다 유의미하게 많이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하고, 그러한 잔소리 증가의 원인이 멘토 열풍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멘토 열풍 이전과 이후의 젊은이들의 잔소리 내구력의 변화 추이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3분 정도 생각해보았는데 그에 관한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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