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8

여경과 여군



여경이 경찰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체력이 약하다, 체력검정 기준도 낮다, 범인도 못 잡는다, 취객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 등등. 여경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여러 동영상이 돌고, 여경을 경찰조무사라로 부르는 댓글이 달린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일까지 하는데 경찰조무사는 경찰 일도 못하니까 여경을 경찰조무사라고 하는 것은 간호조무사를 모욕하는 것이라는 댓글까지 달린다.

나는 여경의 업무수행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어떤 여경은 정말 무능할 수도 있고, 어쩌면 여경 중 상당수가 무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경은 여자들 중에서 경찰이 되려고 나름대로 준비한 사람들 중 일부가 선발된 것이다. 그렇게 선발된 사람들이 술 먹은 아저씨도 제압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다고 하자. 그런 사람들이 군인이 되어서 전장에 투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대전에서 요구되는 군인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체력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취객 하나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군을 상대로 벌이는 전투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아군의 전투력만 깎아먹는 것은 아닌가. 여경이 전투에서 취약하다면 경찰이 될 준비도 해본 적 없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더더욱 전투에서 취약할 것이다. 물론, 군인에게 필요한 능력과 경찰에게 필요한 능력이 달라서, 여자가 쓸 만한 경찰이 되기는 어렵지만 쓸 만한 군인이 되기는 그보다 더 쉽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여경으로서 부적합한 사람은 여군으로도 부적합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남자만 군대에 끌려가는 것이 억울하니 여자도 군대 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그들 중 상당수는 여경이 무능하다고 비난할 것 같다. 그런데 여자가 경찰로서 무능한데 군인으로서 뭔가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경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자가 현역병으로 징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거나 과거에 했다면 철회하는 것이 옳다. 여성이 장교가 될 수 있으면서 병사가 될 수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핏대를 세웠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경을 비난하는 사람 중에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는 예전 생각이 틀렸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 병무청에서 여자들 징집하면 큰일 나겠네. 내가 틀렸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자도 징집하라고 했던 사람들은 실제 속마음이야 어쨌든 대부분 형평성, 공정성 같은 것을 내세웠다. 그 사람들이 정말 정의나 공정 같은 것을 생각해서 그런 주장을 했다면 여경이 무능하다고 욕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자기 견해를 반성하거나 수정하거나 부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여자는 왜 군대에 안 가느냐고 욕하고 그것과 별개로 여경이 무능하다고 욕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여자가 군인으로서 적합하면서 동시에 경찰로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아무런 도덕적 책무 없이 아무나 실컷 공격할 기회를 얻어서 좋아 날뛰는 사람들일 것이다. 만만한 사람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주먹을 휘두르며 남들이 누군가에게 증오를 드러낼 때 덩달아 증오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퍽이나 정의롭고 애국적이어서 그러겠는가? 그러한 사람들이 말하는 애국심, 정의감, 사회적 가치 같은 것들은 허울에 불과할 것이다.

(20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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