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9

<중앙일보> ‘3대 독자’ 기사가 보여주는 것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라는 <중앙일보> 기사는 수습기자 혼자서 저지른 개인적 일탈이 아닌 것 같다. 힌트는 ‘3대 독자’에 있다. 20-30대들은 상당수가 독자라서 몇 대 독자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몇 대 종손도 아니고 3대 독자라서 손에 물 안 묻히고 살았다는 생각을 20대 중반 남성이 하기는 어렵다. <중앙일보> 기자씩이나 되어서 자신을 삼촌과 형수가 있는 3대 독자로 만든 것은 멍청해서가 아니라 3대 독자가 이전 세대에서 가졌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기자가 위에서 시킨 대로 받아 적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3대 독자는 이전 세대 남성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990년대까지 3대 독자는 군 면제 사유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1990년대 이전에 군대를 갔다 온 누군가가 3대 독자 기사를 만들라고 처음부터 지시했거나, 수습기자가 멀쩡하게 써온 기사를 3대 독자 기사로 수정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사실, 3대 독자 기사의 의도 자체는 좋아 보인다. 3대 독자로 태어나 가사 노동 힘들 줄 모르고 귀하게 자란 20대 중반 남성이 어머니의 명절 노동을 대신 해보고 그러한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는 서사는 진부하지만 교훈적이다. 그런데 그런 교훈적인 내용을 기사로 만들려고 삼촌도 있고 형수도 있는 사람이 3대 독자가 되었다. 좋은 뜻으로 기사를 쓸 때도 이러는데 마음먹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을까?



* 링크: [콩가루연합] 중앙일보 설맞이 호러 기사 대참사 전말..(아직도 진행 중??)

www.kongaru.net/bbs/stockdale/489507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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