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해 계획 같은 것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안 지키기 때문이다.
새해 계획이라는 것부터가 웃기다. 며칠 전까지 연말이라고 술 퍼먹고 잘 놀다가 갑자기 새해라고 새 사람 되겠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새 사람이 될 것이었으면 연말부터 새 사람이 되었어야지.
새해 계획 같은 것을 세워보아야 소용이 없는 것은 애초에 지킬 이유가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위에서 무슨 프로젝트가 내려왔다고 치자. 언제까지 무슨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산이 나와야 한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무슨 수업에서 무슨 과제를 하고 무엇을 소화한 다음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말보고서 등을 써야 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할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어도 계획대로 안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이, 괜히 달력 앞자리가 바뀌고 남들도 뭔가를 한다는 이유로, 그것 이외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11월에 세워도 되고 2월에 세워도 되는 계획을 굳이 1월 초에 세운다. 그 것이 지켜질 리가 있는가.
어떤 사람은 그래도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반박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30년 간 담배를 못 끊은 흡연자가 새해마다 담배를 끊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1년에 3일씩 담배를 끊으면 30년 간 무려 90일 동안 담배를 안 피울 수 있다. 평생 담배를 입에 달고 살 사람이 무려 석 달이나 담배를 안 피우게 되는 것이다.
나는 새해 계획도 안 세울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에 해야 할 반성은 지난해에 충분히 많이 반성했기 때문에 굳이 새해가 되어서까지 지난해에 대한 반성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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