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는 인생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 80년을 24시간에 비유하면 태어난 순간은 0시, 20세는 오전 6시, 40세는 낮 12시, 60세는 오후 6시, 80세는 밤 12시라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너무 늦었다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하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 김난도 교수의 메시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인생 시계의 오전 6시는 20세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0시부터 6시까지 자빠져 자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0세부터 20세까지 허송세월을 보낸다. 더러는 엄마가 깨우든 잠이 없든 해서 4시 30분(15세) 쯤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기도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상당수는 성과 없이 그냥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남자들 중에는 오전 6시에 일어났다가도 오전 6시 40분쯤(약 22세)에 군대에 갈 거니까 일단 더 자겠다는 사람도 있고 7시 20분쯤에 제대한 다음에 다시 침대에 자빠져 자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까빡 잘못하면 오전 9시(30세)까지 자빠져 자는 수가 있다. 그렇게 자놓고는 9시에 일어나서 괜히 엄마한테 화를 낸다. “엄마, 왜 나 안 깨웠어?” 분명히 엄마는 깨웠다.
그렇게 허둥지둥 회사에 가서 지각했다고 욕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방 낮 12시(40세)가 된다. 점심 먹고 뭐 하다 보면 낮 3시(50세)가 된다. 슬슬 퇴근 준비하다 오후 6시(60세)에 퇴근해서 집에 가서 발 씻고 저녁 먹으면 금방 9시(70세)가 된다. 그 때 새롭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냥 하던 거 좀 더 하고 드라마 보다가 12시(80세)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실제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 없다.
김난도 교수는 40세면 낮 12시니까 안 늦었다고 말도 안 되는 위로를 하는데, 그건 그 전까지 멀쩡히 산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 전날 술을 퍼먹고 낮 12시쯤에 일어나서 “아, 머리야. 내 머리가 쪼개지네”라고 한다면 그 날은 이미 망한 것이다.
나는 올해도 서른다섯 살이니까 시계로 치면 오전 10시 30분일 것이다. 마침 어제 술을 마시고 오전 10시 30분쯤에 눈을 떴다. 숙취의 여파가 낮 12시 이후까지 이어졌다. 김난도 교수의 인생 시계를 떠올리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인생이 망하겠다고 생각했다.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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