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스멀리언이 논리학에 처음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여섯 살 때 만우절이다. 그날 아침, 레이먼드은 감기로 쉬고 있었고 열 살 많은 형 에밀은 스멀리언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만우절이야. 지금까지 네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속여 주겠어.”
레이먼드는 하루 종일 형이 무슨 거짓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런데 에밀은 밤이 될 때까지 거짓말을 안 했다. 레이먼드는 자지 않고 기다렸다.
- 엄마: “왜 안 자니?”
- 레이먼드: “에밀 형이 속이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 엄마: “에밀, 빨리 와서 레이먼드 좀 속여라!”
에밀은 레이먼드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 에밀: “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속아 넘어가기를 기다렸지?”
- 레이먼드: “응.”
- 에밀: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너를 속이지 않았지?”
- 레이먼드: “응.”
- 에밀: “너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속을 거라고 생각했지?”
- 레이먼드: “응.”
- 에밀: “너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속았어.”
레이먼드는 전등을 끈 다음에도 침대에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속지 않았다면 내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나는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속았다면 내 기대대로 되었으니까 나는 속지 않은 것이다. 나는 속은 것인가 안 속은 것인가.
이 아이는 자라서 다트머스 대학과 프린스터 대학 등에서 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똑똑한 사람은 어떤 계기 때문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원래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뱀발:
스멀리언은 불량 소년이라 고등학교를 몇 번 쫓겨나고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가서도 한 학교에 진득하게 있지 못하고 여러 대학과 대학원도 전전하면서 논문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논문에 대해 반향이 좋아서 대학 졸업장도 없는 상태에서 다트머스대학의 강사가 되었다. 피아노 연주 음반을 냈으며 마술 실력도 뛰어났다고 한다.
* 참고: 다카하시 쇼이치로, 『이성의 한계: 국한의 지적 유희』, 박재현 옮김 (책보세, 2009), 162-208쪽.
(2018.04.0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