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시스 베이컨 지음, 『신기관』, 진석용 옮김 (한길사, 2016). ]
[1]
- 인간은 자연의 사용자 및 자연의 해석자로서 자연의 질서에 대해 실제로 관찰하고 고찰한 것만큼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음.
- 그 이상의 것은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음.
[2]
- 맨손이나 방치된 지성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
- 도구를 쓰면 손의 활동이 증진되거나 규제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도 도구를 사용하면 지성이 촉진되거나 보호됨.
[3]
- 인간의 지식이 인간의 힘임.
-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어떤 효과도 낼 수 없음.
• 자연은 오직 복종함으로써만 복종시킬 수 있기 때문.
• 자연에 대한 고찰에서 원인으로 인정되는 것이 작업에서는 규칙의 역할을 함.
[6]
- 지금까지 실행된 적이 없던 일이,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 실행될 수는 없음.
[12]
- 현재의 논리학은 진리를 탐구하기보다는 (통속적인 개념에 근거를 두는) 오류들을 강화함.
- 따라서 이로움은 없고 해롭기만 함.
[15]
- 현재로서는 논리학과 자연학에 견실한 개념이 없음.
• 실체, 성질, 능동, 수동, 현존 등은 명확한 개념이 아님.
• 생성과 소멸, 원소, 질료와 형상 등의 개념들도 마찬가지임.
- 이 모든 개념들이 공상의 산물이며, 명확히 규정된 것이 아님.
[18]
- 지금까지의 학문에서 발견된 것들은 대체로 통속적인 개념에 따른 것임.
- 자연의 심오한 비밀을 알아내려면 더 확실하고 견고한 방법으로 사물로부터 개념과 공리를 이끌어내야 함.
[19]
- 진리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음.
- 방법(1):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명제에 도달한 다음, 그것을 제1원리 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삼아 중간 수준의 공리를 이끌어 내거나 발견하는 것
•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임.
- 방법(2):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지속적・점진적으로 상승한 다음, 궁극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명제까지 도달하는 방법
• 이는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지만 진정한 과학적 방법임.
[22]
-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은 어느 쪽이든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해 가장 일반적인 것에 도달하지만 둘의 차이는 엄청나게 큼.
• 방법(1)은 경험의 한계와 개별적인 것들을 피상적으로 건드리는 데 불과함.
• 방법(2)는 올바른 순서를 따라 꾸준히 그 본질까지 도달함.
• 방법(1)은 처음부터 추상적이고 쓸모없는 일반적 명제를 설정함.
• 방법(2)는 자연에서 실제로 가장 일반적인 원칙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씩 꾸준히 올라감.
[26]
-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이 부를 것을 제안함.
•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추론을 ‘자연에 대한 예단’
• 사물로부터 적절하게 추론된 것을 ‘자연에 대한 해석’
[30]
- 모든 시대의 모든 지식인의 힘을 합해도 예단으로는 학문의 진보가 불가능함.
[31]
- 낡은 것에 새 것을 더하거나 잇대어 깁는 것으로는 학문이 진보할 수 없음.
•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지점에서 뱅뱅 돌거나, 대수롭지 않은 진보에 그칠 뿐임.
- 혁신은 근본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함.
[32]
- 고대의 창시자들의 명예가 손상될 것은 조금도 없음.
• 우리의 관심사는 그들의 능력을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비교하는 것
• 우리가 하는 일은 재판관이 아니라 안내자로서의 역할
[37]
- 우리의 방법은 출발점에서는 회의론자들의 방법과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결론에서는 크게 다르고 완전히 반대됨.
- 회의론자들은 절대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단정하며, 우리도 현재의 방법으로서는 극히 조금밖에 알 수 없다고 주장함.
• 회의론자들은 감각과 지성의 권위를 완전히 부정하는 길로 나아가지만, 우리는 감각과 지성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알아보고 도와주자는 것.
[38]
- 인간의 지성을 고질적으로 사로잡는 우상과 그릇된 관념들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도 얻을 수 없게 만듦.
- 그러므로 인간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그러한 우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만 학문을 혁신할 수 있음.
[39]
-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는 우상은 네 종류
• 우상(1): 종족의 우상(Idola Tribus)
• 우상(2): 동굴의 우상(Idola Specus)
• 우상(3): 시장의 우상(Idola Fori)
• 우상(4):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
[40]
- 이러한 우상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참된 귀납법으로 개념과 공리를 형성하는 것.
- 그러나 그러한 우상들을 찾아내는 것만 해도 대단히 유익함.
• 소피스트의 궤변을 연구하면 논리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우상에 대한 올바른 연구 역시 자연에 대한 해석에 도움이 됨.
[41]
- ‘종족의 우상’은 인간성 그 자체에.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체에 뿌리박힌 것.
• 예) ‘인간의 감각이 만물의 척도다’라는 주장은 그릇된 것이지만, 인간의 모든 지각은 감각이든 정신이든 우주가 아니라 인간 자신을 준거로 삼기 쉽다는 것을 보여줌.
• 표면이 고르지 못한 거울이 사물의 그 본모습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나오는 반사광선을 왜곡하고 굴절시키는 것과 같음.
[42]
-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이 가지는 우상.
• 각 개인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된 오류와는 달리 자연의 빛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키는 동굴 같은 것을 제 나름대로 가짐.
• 예) 개인 고유의 특수한 본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가 받은 교육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읽은 책이나 존경하고 찬양하는 사람의 권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첫 인상의 차이(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생겼는지, 아니면 선입관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생겼는지)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음.
•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은 각자의 기질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동요하고, 우연에 좌우됨.
[43]
- ‘시장의 우상’은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과 모임에서 생기는 것
• 인간은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며, 그 언어는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에 맞추어 정해짐.
- 어떤 말이 잘못 만들어지면 지성은 실로 엄청난 방해를 받음.
• 어떤 경우에는 학자들이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할 목적으로 새로운 정의나 설명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태를 개선하지는 못함.
• 언어는 여전히 지성에 폭력을 가하고, 모든 것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인간으로 하여금 공허한 논쟁이나 일삼게 하고, 수많은 오류를 범하게 함.
[44]
- ‘극장의 우상’은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방법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생기게 된 우상
•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거나 고안된 철학체계들은, 무대에서 환상적이고 연극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각본과 같은 것임.
• 각본은 수없이 만들어져 상연되고 있는데, 오류의 종류는 전혀 다르지만 그 원인은 대체로 같음.
• 철학 이외에 구태의연한 관습과 경솔함과 태만이 만성화된 여러 분야의 많은 요소들과 공리들도 마찬가지임.
[62]
- 사람들은 대체로 적은 것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이끌어내거나 많은 것에서 극히 적은 것만 이끌어내어 그들 철학의 토대를 세움.
• 이 때문에, 그들의 철학에서 실험과 자연사의 기초가 박약하며, 불충분한 소수의 사례만으로 판단을 내림.
- 부류(1): 궤변파(또는 합리파) 철학자
•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들을 그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인지 주의 깊게 보거나 고찰해보지도 않은 채 그 밖의 모든 것을 사색이나 정신의 활동으로 해결하려는 철학자
- 부류(2): 경험파 철학자
• 몇 번의 실험을 주의 깊게 열심히 해본 다음, 대담하게도 그것을 근거로 철학의 체계를 수립하는데, 모든 것을 그들의 실험에 맞추려 드는 사람들
- 부류(3): 미신을 주장하는 철학자
• 신앙과 종교적 숭배심 때문에 신학과 전통을 끌어들이고 영혼에게서 학문을 구하려 드는 자들
[63]
-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류(1)의 가장 두드러진 예.
-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논리학으로 자연철학을 온통 망쳐놓음.
• 논리학의 범주로써 세계를 해석하여, 가장 고귀한 실체인 인간의 영혼을 유(類) 개념으로 파악함.
• 유 개념은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는 개념보다] 부차적 중요성을 지니는 것
• 물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넓이와 관계되는 농후와 희박의 문제도 현실태와 잠재태라는 개념으로 다룸.
• 모든 물체는 자신의 고유한 운동이 있고 그 밖의 다른 운동을 한다면 그것은 외부의 작용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사물에 온갖 본성을 자기 멋대로 규정함.
-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내적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그럴듯하고 멋진 대답이 되고 명제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지 고심함.
• 그리스의 다른 자연철학자들의 주장은 자연학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서는 논리학적 용어 외에는 다른 것이 없음.
[64]
- 경험파의 철학은 궤변파보다도 더욱 조잡하고 기괴한 학설을 만들어냄.
• 경험파는 통속적인 개념의 빛을 완전히 무시한 채 한정된 실험의 어둠 속에서 이론을 만들어내기 때문임.
• 따라서 이런 부류의 철학은 날마다 그와 같은 실험에 종사하여 상상력이 완전히 고갈된 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보일지 몰라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가 될 뿐임.
• 예) 연금술사들과 그들의 학설
- 현재로서는 길버트의 철학 외에는 달리 찾아보기 어려움.
- 이 학파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면 안 됨.
• 실험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권고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이해가 부족하거나 성급하여 [소수의 실험에서] 곧바로 일반적인 명제나 원칙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임.
[65]
- 미신과 신학이 뒤섞여서 철학이 타락함.
• 인간의 지성은 통속적인 개념의 영향을 받는 만큼이나 공상의 영향력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
• 논쟁적이고 궤변적인 철학이 인간의 지성을 함정에 빠뜨린다면, 공상적이고 과장적인 이른바 시적인 철학은 지성의 비위를 맞추려고 함.
- 사례
• 피타고라스의 경우는 조잡하고 과장된 미신과 결부되어서 경계하기 쉬움.
• 플라톤과 그 학파는 학설이 정교하여 훨씬 더 위험함.
• 질료로부터 분리한 형상, 중간인을 생략한 채 목적인과 제1원인 등을 늘어놓는 학설
- 오류의 신격화만큼 큰 해악은 없으며, 그런 헛된 숭배가 시작되면 인간의 지성이 무너짐.
- 그런데 오늘날에도 헛된 숭배에 빠져들어 <창세기>나 <욥기>와 같은 성경 구절에 기대어 자연철학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 자들이 있음.
• 이것은 “산 자 가운데서 죽은 자를 찾는” 어리석은 일임.
- 신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이처럼 어리석게 결합되면 공상적인 철학이나 이단적인 종교가 출현하므로, 그와 같은 헛된 숭배를 규제해야 함.
[70]
- 경험이 그 어떤 것보다도 우수한 논증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 이루어진 실험의 범위 안에서만 그러함.
• 어떤 실험에서 얻은 경험을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사례까지 무분별하게 적용할 경우에는 그릇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임.
-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하듯 실험을 함.
• 이미 결과가 알려진 실험을 약간 변형해보고, 소득이 없으면 금방 포기함.
• 간혹 진지하고 부지런히 실험하는 경우에도 한 가지 일만 깊게 파고듦.
• 예) 길버트 라일의 자석 실험, 연금술사들이 금으로 실험하는 것 등.
• 이러한 실험들은 하찮고 미숙한 것들임.
- 어떤 물체의 본성도 그 물체 하나만 연구해서는 알 수 없으며, 탐구는 광범위하게 확대해어 해야 함.
- 실험을 통해 어떤 학문이나 이론을 수립하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응용부터 하려고 함.
• 당장의 이익과 성과를 얻으려고 하거나,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익한 일이 아님을 보증 받으려고 하거나, 그 업적으로 자기 이름을 빛내려고 하기 때문임.
• 그러나 시기상조의 응용에 나서는 것은 아탈란타가 황금사과를 줍느라고 한 눈을 팔다가 승리를 코앞에서 놓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음.
- 진정한 실험의 길은 하느님의 지혜와 그 정한 순서를 본받는 것.
• 하나님은 첫째 날에 빛을 만드셨고 그 날에는 하루 종일 그 일만 하셨고 다른 어떤 물질도 만들지 않으셨음.
• 그와 같이 우리도 무슨 실험을 하든지 원인과 진실된 공리를 찾아내는데 주력해야 하고, 이익을 가져오는 실험보다는 빛을 가져오는 계명 실험에 치중해야 함.
- 올바른 방법으로 탐구되고 수립된 공리는 풍부한 성과를 줄줄이 가져옴.
[77]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
•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일반적 동의를 얻었다. 그의 철학이 생긴 이후 그 이전의 철학은 전부 학파가 끊어졌고 그 이후에는 더 나은 철학이 생기지 않았으니, 이렇게 당대나 후대를 통틀어 지지를 얻은 것은 그의 철학이 우수하고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이 아닌가?”
- 베이컨의 반박(1):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이 나온 후에 그 이전의 철학은 모두 학파가 끊어졌다는 말은 거짓말임.
• 옛날 철학자들의 저작은 키케로 시대와 그 다음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었음.
• 그러나 야만인들이 로마 제국에 침략하여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철학만이 그 험한 시대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게 됨.
• 이는 난파를 당했을 때 그들의 철학이 가볍고 견고하지 못한 판자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임.
- 베이컨의 반박(2):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만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도 거짓말임.
• 진정한 동의는 사실을 잘 조사해본 다음에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임.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동의한 사람들 대다수는 선입관이나 다른 사람의 권위를 추종한 것이므로, 이는 동의라기보다는 대세에 휩쓸려 따라다닌 것임.
• 그 동의가 실제로 폭넓은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확고부동한 권위의 증거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의심을 품게 만드는 것임.
• 신학이나 정치처럼 투표에 의한 결정이 인정되어 있는 영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지적인 문제에서는 만장일치로 내리는 결론보다 더 나쁜 것은 없음.
• 대중의 찬성은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통속적인 개념의 끈으로 지성을 묶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임.
• 포키몬: “대중이 찬성하고 갈채를 보내면, 자기에게 오류나 과실이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도덕의 영역뿐만 아니라 지식의 영역에 적용해도 좋을 것임.
[96]
- 순수 자연철학은 아직 나오지 않았음.
- 지금 있는 자연철학은 온통 불순물로 오염되어 있음.
• 아리스토텔레스학파의 자연철학은 논리학에 오염되어 있고, 플라톤 학파의 자연철학은 자연신학에 오염되어 있음.
• 신-플라톤학파, 즉 프로클로스 등의 자연철학은 수학에 오염되어 있음. 수학은 자연철학을 생성하거나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철학을 완성시킬 때 쓰는 것임.
- 그러므로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자연철학이 등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도 좋다.
[100]
-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실험을 탐색하고 획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시도된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과 순서와 과정으로 진행해야 함.
- 모호하고 변덕스러운 경험은 어둠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것이며, 인간을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깜짝 놀라게 할 뿐임.
- 경험이 일정한 법칙을 따라 바른 순서에 의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학문이 한층 더 진보할 것임.
[102]
- 개별 사례들은 수없이 많고 사방에 흩어져 있으므로 지성이 혼란을 일으키기 쉬움.
- 이런 상황에서는 탐구 주제에 관한 개별 사례들을 적절한 순서로 일목요연하게 분류 정리 정돈해서, 살아 있는 ‘발견표’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함.
• 정신은 이러한 발견표가 제공하는 잘 정리된 자료의 도움을 받아야 함.
[103]
- 그러나 이와 같은 수많은 개별 사례들이 일목요연하게 수집・정리된 상태로 눈앞에 놓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개별적인 사례나 성과를 탐구하거나 발견하려고 하면 안 됨.
- 물론 한 개인이 일목요연하게 수집・정리된 실험결과들을 놓고, 이른바 ‘학문적 경험’으로 판단을 내릴 경우에도 기술의 이전이 생길 수 있고 인간과 사회에 이로운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이 발견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학문적 경험으로는 대단한 발견을 기대할 수는 없음.
- 우리가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발견은 개별 사례들로부터 일정한 방법과 규칙에 의해 도출된 공리의 새로운 빛임.
• 이 공리가 나오면 곧 이 공리에 의해 새로운 개별 사례들이 차례로 밝혀지게 됨.
- 우리가 가는 길은 평지가 아니라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어서 공리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성과에 이르는 것.
[105]
- 일반적 공리를 수립할 때는 지금까지 사용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식인 귀납법으로 해야 함.
- 제1원리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모든 공리의 증명과 발견에 이 귀납법을 사용해야 함.
- 베이컨이 말하는 귀납법은 단순나열의 유치한 귀납법이 아님.
- 유치한 귀납법은, 보통 소수의 사례, 그것도 손쉽게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가지라도 반대 사례가 나타나면 결론이 당장 무너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음.
- 학문과 기술의 발견 및 증명에 유용한 귀납법은, 적절한 배제와 제외에 의해 자연을 분해한 다음, 부정적 사례를 필요한 만큼 수집하고 나서 긍정적 사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
• 이러한 귀납법은 플라톤이 [정의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이데아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면서 잠깐 시도한 것을 빼면 지금까지 아무도 사용하거나 시도한 적이 없음.
- 참된 귀납법 또는 진정한 증명 방법을 도입하려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삼단논법에 쏟았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
[129]
- 생각해보아야 할 점들
- 위대한 발견을 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 중에서 가장 탁월한 행동임.
• 고대인들은 새로운 사물을 발견한 사람들을 신격화하여 영예를 드높였지만, 국사에 공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웅의 영예를 부여하는 데 그침.
• 고대인들의 판단이 옳았음.
• 발견의 혜택은 인류 전체에게 미치지만 정치적인 혜택은 특정한 장소에 한정됨.
• 발견의 혜택은 영원하지만 정치적인 혜택은 2-3대에 그침.
- 발견은 새로운 창조임
- 유럽의 선진적인 지역의 사람들과 뉴 인디아의 미개한 지역의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생활수준의 차이가 엄청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신이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임.
- 발명된 것의 힘과 효능과 결과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음.
• 고대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3대 발명, 즉 인쇄술, 화약, 나침반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음.
• 인쇄술은 학문에서, 화약은 전쟁에서, 나침반은 항해에서 세상을 완전히 바꾸었음.
• 또한 그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 이 세 가지 발명보다 더 큰 힘과 영향을 미친 것은 없었음.
- 인간의 야망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
• 야망(1): 자기 세력을 자기 나라 안에서 확대하려는 야망. 하등의 천박한 야망
• 야망(2): 자기 나라의 권력과 지배권을 인류 전체에 확대하려는 야망. 이는 품위는 조금 있지만 탐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야망.
• 야망(3): 인류 자체의 권력가 지배권을 우주 전체에 대해 수립하고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야망. 더 없이 건전하고 고귀한 야망
- 인류 전체에 혜택을 미치는 발견을 한 사람을 인간 이상의 위대한 존재로 여길 정도라면, 그러한 발견 자체를 수비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자는 그보다 존귀하게 섬겨야 함.
- 학문과 기술이 인간을 사악과 방종으로 이끌어 타락하게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말 것
• 그런 논법으로 말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재능, 용기, 힘, 아름다움, 부, 빛 등)이 다 마찬가지임.
[130]
- 이제 자연을 해석하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음.
- 베이컨은 여기에서 제시한 지침이 매우 유용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필요불가결하고 완전한 것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음.
-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자연지와 경험지를 앞에 놓고 두 가지만 주의하면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정신 본래의 힘만으로도 우리가 설명한 자연에 대한 해석 방법에 도달할 수 있음.
• 주의할 것(1):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
• 주의할 것(2):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성급한 일반화의 유혹을 물리치는 일
• 왜냐하면 정신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에서 정신이 올바르고 성실하게 활동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자연에 대한 해석이 되기 때문임.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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