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를 보지 말고 메시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메시지를 보지 않고 메신저를 보는가?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으면 메시지를 볼 텐데, 메시지를 모르니 메신저를 보는 것이다. 메시지를 이해해보겠다고 고생 고생했는데 알고 보니 그 메시지가 똥이라면 시간과 노력만 허비한 것이다. 메시지를 알 수 없으면 메신저부터 보는 것이 낫다. 메신저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면 굳이 아까운 시간을 들여 사기꾼이 쓴 책을 찾아 읽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러면 누가 사기꾼인가? 철학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어보자. 서점에 가면 철학 서적으로 분류된 유사-철학 서적이 깔려 있는데, 철학과 무관하게 산 사람들은 어느 책이 철학 서적이고 어느 책이 유사-철학 서적인지 알기 힘들다. 그럴 때는 철학자라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철학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러 가서 소가 자연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거나 외양간의 필요충분조건 같은 것을 탐구하는 사람들이라서 사회 현안에 대해 다른 분야의 학자들보다 한두 걸음 이상 늦는 것이 보통이다. 철학을 가지고 이 시대에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기꾼이라고 보면 된다.
위와 같이 말한다면, 철학 박사나 철학 교수인 사람들은 믿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철학과 무관하게 산 사람들로서는 해당 철학 박사나 철학 교수가 철학자인지 어차피 모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철학 박사라고 해도 정상적으로 학위를 받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지도교수가 밀어내듯 학위를 주었는데 그걸로 사기 치고 다니는 사람인지 모를 것 아닌가? 철학 교수라고 해도 교육도 열심히 하고 연구도 열심히 하는 교수인지, 아니면 교수가 되면 안 되는데 운으로 된 다음에 멍청한 학생들에게 학점이나 퍼주면서 인기나 끌고 외부에서 열심히 양아치로 활동하는지 모를 것 아닌가? 그러니, 철학자를 자처하면서 사회 현안에 대해 다른 분야의 학자들보다도 앞서서 말하는 사람은 일단 사기꾼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경제학자인 이준구 선생님 같은 분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 판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에 대해 철학자의 견해 같은 소리나 하는 사람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사기꾼일 것이다. 철학자랍시고 “철학자의 시선” 같은 소리나 하면서 유행하는 주제마다 끼어들어서 한마디씩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사기꾼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어떤 자칭 철학자는 융합, 통섭, 스티브 잡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비트코인, 건축, 포스트휴먼까지 안 끼어드는 곳 없이 활개치고 다닌다. 그런 사기꾼이 책이라고 해서 똑바로 쓰겠는가? 아무 자료가 막 갖다넣고 철학 같은 소리나 비벼놓은 것을 책이라고 내놓았는데, 최근에는 출판 관련 상까지 받았다. 그 책을 읽어보았다는 사람들은 망한 책인 줄도 모르고 내용이 너무 깊이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니까 출판 관련 상을 받았을 것이다. 사기꾼이 쓴 책을 읽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가족이나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겠다.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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