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0

jtbc 비트 코인 토론회를 처세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재승 교수가 괜히 비트 코인 토론회에 참석해서 체면을 구겼다. jtbc에서 한 비트 코인 토론회을 두고 “이과에 대한 문과의 승리”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토론은 경제학적 쟁점을 두고 경제학 석사 유시민과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읽은 사람들이 벌인 토론이라서 유시민이 이긴 것이라고 할 만하다.

토론을 보고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정재승 교수는 왜 토론회에 나갔을까. 정재승 교수는 무슨 자신감으로 토론회에 나갔을까? 뇌를 연구하면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 벌어지는 일도 저절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나는 비트 코인, 가상 화폐, 블록 체인 같은 것은 전혀 모른다. 다만, 처세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정재승 교수는 이기는 쪽에 섰는가, 지는 쪽에 섰는가? 토론 패널 구성을 보자. jtbc는 비트 코인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패널을 나누었다. 주제를 가지고 찬성/반대로 나누지 말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각 분야의 견해를 들었다면 더 생산적인 토론이 되었겠지만, EBS에서도 인문학 특강이랍시고 이지성을 부르는 판에 종합편성채널에 그러한 토론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여간 찬성 측으로 정재승 교수와 김진화 대표를, 반대 측으로 유시민 작가와 한호현 교수를 불렀다. 패널 구성만 봐도 정재승 교수가 망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비트 코인을 주제로 찬반 토론을 한다면, 토론 주제는 크게 공학적인 측면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벌어질 것임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찬반 양측이 각각 두 명으로 구성된다면 각 측에 공학적인 측면과 경제학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사람이 한 명씩 있어야 한다. 정재승 교수는 무엇을 담당했는가? 일단 경제학은 아니다. 토론을 보면 정재승 교수는 가끔 경제신문을 읽다 안 읽다 하는 동네 아저씨 정도 되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공학을 담당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정재승 교수가 비트 코인에 관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유시민 작가는 “저는 문과라서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몰라요”라고 하면서 선을 긋고 공을 한호현 교수한테 넘겼고, 한호현 교수는 그 공을 받아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했다. 찬성 측은 한호현 교수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했다.

“한호현 교수님,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구요?”

“네, 가능합니다.”

“정말 가능하다구요?”

“네, 제가 제자들하고 연구한 내용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공방은 죄다 이런 식이었다. 해당 분야 교수가 연구해서 그런 결론이 났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뇌 과학 교수가 컴퓨터 공학 교수한테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김진화 대표라는 사람은 무슨 역할을 했는가? 아무 역할도 못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라길래 뭔가 기술적인 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말하는 폼을 보니 공대 냄새는 전혀 안 나고 이상하게도 인문대 냄새가 났다. 그것도 인문대에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 냄새도 아니고 못된 것만 배우다 졸업한 인문대 학부생의 냄새였다. 김진화 대표가 “1세대는 금속 화폐이고 2세대는 정치 화폐이고 이제 새로운 개념의 화폐가 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아, 저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나 보다’ 하는 느낌이 왔다. 알고 영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고 영업하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문구를 만든다. 토론회 끝날 때까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말한 것이 없고 추상적이고 큰 이야기만 몇 개 던지는 정도였다.

하도 수상해서 김진화 대표의 학력 사항을 찾아보니 정말 영문과 졸업생이었다. 그 사람이 만든 업체의 공동대표 두 명 중 한 명은 공대생이고 한 명은 인문대생이라면 한 명은 기술 담당이고 다른 한 명은 영업 담당은 아니었을까 하는 소설을 써본다. jtbc 토론회도 이런 식으로 나간 게 아닐까? “야, 나는 이과잖아. 토론은 문과인 네가 나가야지.” 어쨌든 김진화 대표는 아무 역할도 못 하면서 괜히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몰아붙였다가 역공만 당해서 정재승 교수까지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재승 교수는 기술적인 측면도 방어하지 못하면서 경제학적 측면도 언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결국 아무 말이나 하다가 유시민 작가만 빛나게 만들었다.

토론회를 보니,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서 한 마디씩 들어 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였다고 해도 정재승 교수가 별다른 역할을 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마당에, 찬반 진영을 나누는 토론회에 별 도움도 안 되는 파트너와 함께 전문 분야도 아닌 주제를 토론하는 것이었으니 파국은 예정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재승 교수의 비트 코인 토론회 참석은 전략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 링크: [jtbc 뉴스룸 긴급토론]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 www.youtube.com/watch?v=GfaQgl50Mv4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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