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의 전략



동물의 세계에서 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시장에서 소비자들도 1등 기업을 기억하지만 2등 이하의 기업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2등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1등 기업의 전략과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

2등 기업의 전략으로는 ‘대항마 전략’과 ‘체계화 전략’이 있다. 대항마 전략은 자기 기업이 2등임을 인정하며 1등과 연결 짓는 전략이다. 2등 기업이 1등 기업과 연결되면 소비자들은 1등 기업을 떠올릴 때마다 2등 기업도 같이 떠올리게 된다. 1등 기업과 2등 이하의 기업 간의 격차가 클 때 쓰는 전략이다. 체계화 전략은 뒤늦게 뛰어든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해당 상품을 소비자에게 더 체계적으로 알리는 전략이다. 신규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더 체계적으로 자신의 상품을 알리다 보면, 소비자들은 해당 분야의 상품을 1등 기업이 아니라 2등 기업과 연결 짓게 된다.

언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2등 신문은 2등 전략을 쓰는 것이 옳다. 2등 신문이 대항마 전략을 쓴다면 미국 렌터카 기업 에이비스의 홍보 문구를 다음과 같이 변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2등입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왜 <◯◯신문>을 읽을까요? 우리는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1등 신문이 자기가 1등 신문이라고 자부심을 부릴 때 2등 신문은 1등 신문의 대항마로서 정직을 내세워야 한다. 2등 신문이 체계화 전략을 쓴다면, 적어도 몇몇 분야에서는 1등 신문보다 전문가 풀도 넓고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진보 언론의 2등 전략을 생각하게 된 것은,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의 인터뷰를 읽고서였다. 이대근 논설위원이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할 때 “신문은 공정성과 균형성을 기준으로 사실의 모든 측면을 다뤄야 한다”면서 류근일 같은 사람들을 칼럼진에 포함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당시 <경향신문> 내부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그에 대하여 이대근 논설위원은 “독자들이 다른 관점을 보기 위해 다른 신문을 볼 필요가 없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 신문이 세상의 모든 일을 모든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신문이 있는 것이다. 각 신문들은 사실에 근거하여 당파성을 드러내면 된다. 판단은 독자들이 할 것이다. 한 신문에 여러 관점을 다 다루어서 독자들이 다른 신문을 안 보게 하고 싶다는, 그런 안철수 같은 발상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하고, 시도한다고 해도 1등 신문이나 할 법한 일이지 2등 신문이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2등도 아니지 않은가?

* 링크(1): [미디어오늘] “경향이 변절했다고? 좌우 나누는 패거리 문화가 더 나빠”

( 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01 )

* 링크(2): [한겨레21] 2등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 이원재

(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0841.html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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